최근에 성장패스 개편이 이루어지면서(본인은 개악이라고 생각하지만) 스토리 중 일부 스킵 불가능한 컷신이 추가되고 메디아 지역 이외에는 도약권이 삭제되었다. 어떤 의도로 그런 업데이트를 했는지는 짐작하고 있다. 뛰어난 컷신 제작 기술로 만들어진 영상을 감상하고, 또 신규/복귀 유저들이 초반 스토리 부분을 생각없이 넘기는 일을 막기 위해서일 것이다. 아마도.
이 게임을 하는 유저들 중 99%, 아니 100%가 이 게임의 스토리 ‘따위’에는 관심도 없다. 그것이 냉정하지만 현실이다. 검사모 유저들에게 스토리란 좋게 봐야 지루한 것,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내가 빨리 캐릭터를 키우고 스펙업하는데 방해가 되는, 시간만 잡아먹는 존재이다.
그리고 스토리 자체의 퀄리티도, 솔직히 말하자면 높지 않다. 각 지역을 모두 돌면서 스토리가 동시에 진행되야 하니 이야기는 질질 늘어지고, 주제도 영웅 탄생에 권선징악이라는 뻔하디 뻔한 주제이다. 상당한 퀄리티의 스토리를 보장하는 웹툰/웹소설 IP로 만들어진 게임들도 줄줄이 망해 가는 와중에 무슨 자신감이라고 스토리 비중을 늘린건지 모르겠다.
그래서 첫 번째 요구 사항은 이것이다. ‘초반 게임플레이에 있어서 스토리의 비중을 줄여라. 거의 없다시피한 수준으로.’
구체적으로는 아래 방안들이 있겠다.
사실 어느 정도 투력 이상의 기존 유저들에게는 딱히 해당 사항이 없다.(나도 마찬가지이다) 어차피 메인 퀘스트는 이미 다 밀어뒀고, 최근 추가되는 월드들에는 메인 퀘스트가 짧거나 없으니까.
문제는 신규/복귀 유저들이다. 펄어비스가 그토록 잡고 싶어하는 이들. 그런데 방법이 완전히 잘못됐다.
지난 칼페온 연회 이후 시즌패스가 없어지고, 신규/복귀 유저에게만 주어지는 성장패스가 대신 생겼다. 성장패스의 목적은 명확하다. 처음 게임을 시작하거나, 혹은 오랜만에 게임에 돌아와 적응 기간이 필요한 이들에게 가이드라인을 제시해주는 것. 그러나 지금의 성장패스 미션들은 신규/복귀 유저들에게 유효한 가이드라인이 되지 못할 뿐만 아니라, 심지어 지루한 스토리 구간 때문에 오히려 게임에서 이탈하게 만드는 원인이 되고 있다.
심지어 성장패스가 가이드라인을 제대로 제시해줘야함에도 그러지 못하고 있어, 신규/복귀 유저들이 따로 종합가이드를 찾아보거나 혹은 그조차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해 개별 유저들에게 물어가며 퀘스트를 깨야 하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 이건 심각한 문제이다.
따라서 두 번째 요구 사항은 ‘성장패스 퀘스트를 신규/복귀 유저가 검사모에 적응하기 좋은 미션들로 개편하는 것’이다.
검사모에 여러 시스템들 중 특히 신규/복귀 유저들이 어려워하는 영역이 바로 장비 강화이다. 7년이나 된 게임인 만큼 장비 강화의 종류도 많고 과정도 복잡해졌기 때문이다. 따라서 성장패스가 이러한 장비 강화 시스템을 직접 체험해보게 하는 방향으로 가는 것만으로도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현재 성장패스 캐릭터가 착용할 수 있는 투발라 장비에는 돌파, 연금석의 각성 정도 외에는 장비 강화 방법이 없다. 초기에는 돌파만으로도 충분히 어려워하므로 이 장비 자체는 적절한 난이도를 갖고 있기는 하다.
다만 이후 장비의 제작부터 시작하여 마력 각인, 유물이라면 문양 각인, 기억 각인 등 더 상위 단계의 장비 강화 방법을 체험해볼 수 있는
‘상위호환인 투발라 장비’를 새로 만드는 방법을 제시하고 싶다. 순차적으로 안내한다면 유저들도 어려움 없이 장비 강화를 따라올 수 있을 것이다.
구체적으로는 아래의 방안들이 있다.
이외에도 ‘벨리아 마을에서 지식 아무거나 1개 찾기’와 같은 방식의 미션으로 직접 지식을 찾게 하여 지식이 스펙업 요소임을 알려주거나, 도감 등록에 필요한 아이템들을 주고 직접 도감을 채워보는 퀘스트를 넣어 유저들에게 ‘도감이 스펙업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알려주는 퀘스트 등이 추가로 들어가도 좋다.
여기까지 읽었다면 하나 눈치챈 것이 있을 것이다. 2번의 성장패스 개편안은 철저히 신규 유저 위주로 맞춰져 있다는 것을 말이다.
복귀 유저를 배려하지 않는 것이 아니다. 그들에게는 다른 방안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복귀 유저라 해도 제각기 게임에 대한 이해도나 메인퀘스트 진행도, 전투력 등이 천차만별이다. 따라서 가장 직관적인 전투력 구간과 메인퀘스트 진행도(어차피 메인 퀘스트도 전투력에 따라 밀 수 있는 지역이 정해지니, 대부분은 전투력을 따라간다)로 나누어 각 구간마다의 복귀 유저들에게 맞게 미션을 조금씩 바꾸어야 한다. 최대 전투력은 현재 성장패스에서 제시된 목표 전투력인 42000을 최고점으로 한다.
경우의 수는 아래와 같다.
전투력 3만 미만or 발렌시아 동부 유저: 신규 유저와 똑같이 성장패스를 진행한다. 단, 보스 미션 클리어 등 기존의 메인퀘스트에서 이미 깨진 부분은 자동으로 보상을 얻는다.
전투력 3만~4만 사이 or 카마실비아 동북부 유저: 하위 단계의 투발라 장비가 돌파 완료된 상태로 주어져 바로 제작 및 상위 단계 장비 스펙업을 체험할 수 있게 한다. 메인퀘스트가 밀려 있는 부분만큼 자동으로 보상을 얻으며, 지식 레벨과 도감 완료 갯수 등으로 간접적으로 내실 채우는 법을 지시한다. 고대 유적과 토벌 보스 레벨 총 합, 별자리 총 합, 시련 총 합 등 각종 토벌 컨텐츠의 레벨도 역시 제시한다.
협동 토벌 및 요정 등 이 단계에서 처음으로 제시되는 스펙업 요소의 가이드 미션이 성장패스 이후 추가로 제시된다.
전투력 4만 이상 or 드리간 지역 유저: 상위 단계의 투발라 장비를 바로 지급하여 마력 각인, 기억 각인 등 고난이도의 스펙업 요소를 바로 체험하게 한다. 또한 토벌 컨텐츠와 내실 레벨 제시 이외에도, 요정과 협동 토벌의 레벨도 목표로써 제시한다.
42000이 되면 세례칸 관련 이야기를 진행하도록 안내하며, 안내 이후 전승의 고리와 전승 기술을 튜토리얼로 안내하고 성장 패스 추가 미션이 종료된다.
42000이상 유저: 성장패스 혜택을 받지 않는게 맞는 것 같다. 대신 업데이트 이후 무엇이 달라졌는지 확인할 수 있게 종합가이드를 읽을 거냐는 팝업을 띄운다.
이외에도 검사모에 컨텐츠가 정말정말 많지만, 위에서 언급했듯 장비 강화법과 핵심 내실들만 튜토리얼로 일러줘도 신규/복귀 유저들이 적응하기 훨씬 수월해질 것이다. (그리고 내가 똑같은 질문을 30번쯤 받는 일도 줄어들겠지)
덧붙이자면 성장패스 졸업 보상의 경우, 시즌패스 시절 보상을 그대로 차용하여 한 번에 하나의 보상만을 얻을 수 있게 되어 있다. 그러나 이미 시즌을 다 치뤄 모든 보상을 획득한 기존 유저들과 달리 성장패스를 졸업하는 신규/복귀 유저의 경우 그 많은 보상들 중 하나밖에 획득할 수 없기에 상대적으로 형평성에서 문제가 생기지 않나 싶다. 추가 미션이든 과금이든, 아니면 인게임 캐쉬로 구매하든 졸업 보상을 추가적으로 획득할 수 있는 방법이 있어야 한다.
여기까지 길게 장광설을 써놨는데, 사실 나는 게임 관련인도 아니고 그렇다고 딱히 겜잘알, 고수 유저도 아니다. 그냥 어쩌다보니 신규 유저들을 많이 마주치게 됐고, 그러면서 느낀 문제점들을 지극히 주관적으로 쓴 것이라 내 얘기의 문제점이나 허술한 점도 많을 것이라 생각이 든다. 그냥 이런 생각을 하는 유저도 있구나 하고 봐주면 될 것 같다.
검은사막 모바일도 이제 7년차로 ‘장수 게임’이라 할 만하고, 오래된 게임들이 대부분 그렇듯 신규 유저와 복귀 유저를 지속적으로 끌어들여야 한다는 문제점을 안고 있다. 어떤 것이 진정으로 그들에게 도움이 되는 길인지 잘 파악해줬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