죄를사하노라 : EP1 검은태양 2019-08-12 18:05 휴면명7418775

'다들 어서 서두르라고~'
짙은 어둠이 드리우기 시작한 저녁, 발렌시안의 작은 마을은 분주해지기 시작한다.
검은 태양이 떠오르기 시작한지 어느덧 한달이란 시간이 흘렀다.
매일 저녁 마을을 뒤덮은 날카로운 비명들로 마을 주민들은 밤마다 찾아오는
그 시간이 그 어떤 때 보다 공포로 몸서리치는 시간이 아닐 수 없었다.
오늘 밤도 예외가 아니었다.
암흑보다 어두운, 모든 혼돈을 관장하는 죽음보다 무거운 신, 하둠의 영역이 열리고 있었다.
'대남! 오늘은 어디에서 소집할거야?'
마을에서 작은 주점을 운영하는 모티는 작고 가녀린 목소리로 입술을 깨물며 조심스레 물었다.
'며칠동안 와라곤 지역을 순찰했었는데 우리에겐 적당한 곳이 아닐까 싶어요'
'괜찮겠지 오늘도?'
'글쎄.. 작은 힘이라도 우리 나이트워치의 힘을 모은다면 이겨낼 수 있을것 같아요'
조금은 피곤해 보이는 눈빛이었지만 대남의 눈엔 용기와 믿음이 가득 차 있었다.
'모티누님, 길드원들에게 공지 한 번 부탁해요. 나는 먼저 정찰 나가서 소집령을 내릴게요'
그동안의 힘겨운 전투로 인하여 낡고 녹슨 반월추를 힘겹게 둘러매고 대남은 문을 나섰다.

챙강~ 챙강~
'어이 체이사르~ 서두르라고~!'
대장간 한 켠 정리되지 않은 작은 테이블 한 켠 훤칠한 키와 근육질의 몸매에 시리얼로 늦은 저녁식사를 하고 있던 책문의 목소리에 다급함이 묻어난다.
'나으리 단델리온 대검에 개돼지들 피가 너무나도 짙게 찌들어 있습니다요~ 조만간 제가 나으리께 어울릴 만한 태고장비를 준비해 놓겠습니다요~'
'허허.. 진정한 고수는 장비 탓을 하지 않는다네..개돼지들에게 태고 따위는 낭비라고~'
'그..그렇긴 합죠. 역시 책문나으리이십니다'
'자 서두르라고'
'스노우~ 조금만 기다리렴. 오늘 야식은 신선한 개돼지 육회를 준비해 올테니'
그의 곁엔 신뢰와 믿음으로 가득 찬 눈으로 그를 바라보고 있는 충견 존스노우가 늘 함께하고 있었다.

그때였다.
뿌우우웅~~~~~
길드요새 서쪽 문 밖 멀리서 소집령을 알리는 나팔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마을에 남겨진 노인들과 여성들 그리고 어린아이들은 미처 닫지 못한 창문들을 마저 닫기 시작했다. 어느 덧 저 멀리 검은태양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헉헉... 화염구를 받아랏~ 파이어 볼~'
어릴 적부터 재능을 인정 받아 매일 수련의탑에서 마법지식을 쌓아온 아크매지션 모더니티
그녀의 주위로 게코족전사와 궁병들의 시체가 어지럽게 쌓이기 시작했다.
'헉헉...아 대체 룩스오라버니는 어딜 가서 이렇게 늦는거야! 쀼단아 룩스오라버니 어디까지 왔데?'
'누님도 아시다시피 숙제가 너무나도 많자나요. 이제 막 알티노바에 특산품 내려놓으시고 출발하셨데요.'
'오라버니도 참, 이제 곧 다들 기란마을로 떠날 준비들 하고 있는데 경영 따위가 뭐가 중요하다고.... 파이어 블래스트!'
'누님 안되겠어요! 우리 후퇴해야겠는데요! 저기 마스터 길드원들이 몰려와요!'
'분하다... 길드원 모두 마을로 후퇴!'
'으아악~'
'모티! 다들 후퇴할 때까지 내가 유인 할테니 어서 빨리 빠져나가!'
'네 책문오라버니, 부탁드려요!'
'후퇴!'
'백만스물여섯! 백만스물일곱! 개돼지들 어서 덤비라고! 오늘은 육회 파티를 해보자! 으하하하! 대검풍을 받아라!'
그의 눈빛엔 이미 광전사로 하여금 핏빛 살기가 한껏 드리운채로 무거운 대검을 다시 한 번 고쳐 잡고 있었다.
조용한 카프라스대륙에서 평화로운 날들을 향유하던 나이트워치 길드에겐 악덕 국왕 펄엄스의 국정운영으로 인하여 혼란과 혼돈의 나날을 지낼 수 밖에 없는 현실이었다.

마을 사람들에게 짧지만 강렬하게 상처를 준 또 한 번의 검은 태양이 지고 모티의 선술집에 모인 길드원들, 그들의 온 몸엔 온갖 상처들과 말라 붙어버린 피로 성한 곳이 없었다.
'오늘도 다들 고생하셨습니다.'
견습생으로 입문한지 얼마되지 않아 전쟁터로 어쩔 수 없이 투입 된 신지우의 입술이 파르르 떨리고 있다.
그 때 문이 열리고 해맑은 미소를 한 껏 머금은 룩스미아가 들어온다.
'어이~ 다들 오늘도 고생들 하셨다면서!'
와장창창!
'으아아아악~!'
'오라버니는 대체 인간이 왜그래요! 어딜 갔다가 이제 나타난거에욧!'
'모티야.... 그렇다고 오빠한테 파이어볼을 날리면 어떻...게... 하라구...'
'몰라욧! 한 번만 더 그런식이면 길드에서 추방해 버릴 줄 알라구욧!'
'아....우리 모티 화가 단단히 났구나! 쒀리쒀리~~ 내가 좋은 소식 하나 들고 왔는데
오늘 월드경영하면서 만난 떠돌이 상인이 그러더라고. 곧 기란마을로 이사 할 수 있을 것 같아!'
'기란마을요?'
'응 기란마을도 세금이 엄청 나긴 하지만 그래도 펄엄스 국왕 밑에서 숨쉬고 살아가는 것 보다야 거긴 천국이라고 하더라구'
'하긴..불매운동을 하면 뭐해요. 거들떠도 안보는데.. 대남이 너! 간간이 패키지 지르고 있더라!?'
'누...누나... 미안해요... 저도 불매하고 싶었는데... 이번 패키지가 좀 괜찮은게 있길래..'
'이런~XX 뺨다구 대! 파이어~~~~'
'악~~~ 살려줘요 룩스형님'
'ㅎㅎ 모티야 모티야 진정하라구.. 일단 적당히 세금 조금씩만 내면서 버텨보자구. 언젠가는 빛 볼날이 있겠지.'
'내가 못살아 정말 휴~ 그나저나 책문 오라버니는 또 조용히 사라지신거에요?'
'이제 곧 83렙을 찍으셔야 한다고 또 어두운 하둠으로 사라지셨지'
'시리얼은 넉넉하게 챙겨 가셨나 모르겠네 원참... 대단하셔 오라버니두'
'자 길드원 여러분. 내일은 또 내일의 태양이 떠오를테니 이제 그만 가서 쉬자구요.'
그렇게 고되었던 나이트워치의 하루가 지나갔다.

 

 

- 불펌은 사양합니다.

- 즐감해주시면 댓글 많이 써주세요.

- EP2 는 우리 죄를사하노라 님께서 꼭 써줄겁니다. 
- 재밌져?

휴면명74187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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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사자 2019-08-12 18:14
카프라스 분이시군요 정독하고 갑니다~~
2019-08-12 18:14
휴면명7418775 2019-08-12 19:07
감사합니다.
2019-08-12 1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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