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에는 콘솔이나 pc로 rpg란 장르를 하다보면
그 스토리와 전투시스템, 숨은 요소 찾기 등을 하면서
몇십시간 정도 즐겁게 보내다 여운을 남기고 끝내는게 정석이었는데,
요새 mmorpg.. 특히 모바일 쪽 게임들은
스토리는 그냥 간단한 세계관 정립 정도로 놔두고
전투는 처음부터 끝까지 숫자싸움이고 파고드는 재미는 매우 얕다.
그 엉성한 완성도 위에 도박이라는 소스를 여기저기에 다 얹어서 중독성을 부여하고
일퀘라는 개념을 집어넣어서 플레이타임을 무한으로 늘려놨을뿐.
난 검사모하면서 도박이 싫어서 확률적인 요소는 최대한 배제하기 위해
강화쪽은 부담이 최소화되는 수치까지만 하고
확정성장이 되는 쪽 위주로 투력을 올리고는 있지만
이것도 어느 지점에 다다르면 저항이 세게 오고 현타가 오기 마련.
사실, 이 게임에 현타를 느낀지는 꽤 되었어.
하지만 다른 회사보다는 모바일쪽 기술력이 좋아 보여서
그 부분이 미련이 남아서 붙잡고 있는 와중에
이 게임 안에서 예전에는 안 보였던 부분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 중 하나가 검사모의 모든 부분에는 도박 요소가 확정적으로 들어가 있다는건데,
강화같은 확률 의존성 컨텐츠에는 당연히 도박 요소가 포함되어 있고
확률이 아닌 확정 컨텐츠에도 도박 요소가 있더라고.
토벌이나 석판처럼 입장권이 있어야 들어갈 수 있는 확정컨텐츠라도
입장권 획득 부분에 확률성 도박 요소를 넣어놨고,
돈을 주고 사는 패키지 상품마저도 지정해서 얻을 수 없고 무조건 확률로 얻게 해놨지.
지정된 패키지조차도 획득숫자가 랜덤이고.
주간 선물인지 뭔지 아주 드물게 진짜 확정 패키지도 가끔 있긴 하다만.
확률이든 아니든 게임내 모든 성장관련 컨텐츠는 결국 도박이었고,
일일 보상 이벤트마저도 놀이를 가장한 도박이었다.
이런걸 보면서 최근에 느낀게,
내가 돈을 쓰든 안쓰든 나는 지금 이걸 게임이라고 즐기고 있어도
그런 하루하루가 지날수록 내 뇌는 '나도 모르게 도박에 중독'되어가고 있더라는거.
게임을 규칙적으로 한다는 자체만으로 나는 어느새 도박에 아무런 거리낌 없는 정신상태가 되어버렸다는거야.
게임 내에서 내가 확률 컨텐츠를 즐기는 쪽이든 아니든 상관없이.
나이가 한둘 먹은 것도 아니고 학생도 아니고 사회초짜도 아닌데
게임내 가벼운 도박 정도는 상관없지 않느냐 싶다가도,
이건 아니지라는 생각이 요즘 들어 조금씩 더 강하게 내 머리를 두들긴다.
난 게임을 하러 왔는데 왜 온라인 도박판에서 구르고 있는 거지.
넷마블 맞고를 하는 동생의 모습을 한심하게 바라보던 내가 과연 그럴 자격이 있었던 걸까.
BM담당이란게 단순히 패키지 상품만 만드는게 아니라
플레이하는 모든 유저들을 시나브로 정신오염시켜서
결국에는 도박에 지갑을 열도록 타락시키는 역할이었나.
어쩌다 한국 게임이란게 이렇게 되어버렸을까.
한국 모바일 게임은 왜 모든 부분에 도박을 숨겨서라도 넣어야 했을까.
여러 생각이 드는 월요일 밤이다.
한때 게임으로 먹고 살 생각을 했던 놈이라 자괴감이 더 큰 거 같다.
1줄 요약.
검사모를 하면 할수록, 과금 무과금, 강화중독여부에 상관없이 내 뇌는 도박이라는 것에 절여지고 파괴되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