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럼문학] 무과금 2020-05-27 11:12 휴면명7465200

"매출1위를 못찍더라도 넣지 않겠습니다."

조용민이 검은사막모바일 오픈후 열린 인터뷰에 참석하기 위해 가던 도중 흑우들에게 프리젠테이션을 펼쳐 보이면서 한 말이다. 미상이 엮은 <<조용민어록>>을 읽다가 이 구절을 보고 나는 몹시 부끄러웠다. 내가 가진 것이 너무 많다고 생각되었기 때문이다. 적어도 지금의 내 분수로는 그렇다.

사실, 이 세상에 처음 태어날 때 나는 아무것도 갖고 오지 않았었다. 살만큼 살다가 이 지상의 적(籍)에서 사라져 갈 때에도 빈손으로 갈 것이다. 그런데 살다 보니 이것저것 내 몫이 생기게 된 것이다. 물론 일상에 소용되는 물건들이라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없어서는 안 될 정도로 꼭 요긴한 것들 만일까? 살펴볼수록 없어도 좋을 만한 것들이 적지 않다.

우리들이 필요에 의해서 물건을 갖게 되지만, 때로는 그 물건 때문에 적잖이 마음이 쓰이게 된다. 그러니까 무엇인가를 갖는다는 것은 다른 한편 무엇인가에 얽매인다는 것이다. 필요에 따라 가졌던 것이 도리어 우리를 부자유하게 얽어맨다고 할 때 주객이 전도되어 우리는 가짐을 당하게 된다는 말이다. 그러므로 많이 가지고 있다는 것은 흔히 자랑거리로 되어 있지만, 그만큼 많이 얽히어 있다는 측면도 동시에 지니고 있는 것이다.

나는 올해 가을까지 발키리 두 놈을 정성스레, 정말 정성을 다해 길렀었다. 1년반 전 거처를 지금의 검사모(黑牛毛)로 옮겨왔을 때 어떤 피디가

우리 곁으로 보내준 것이다. 혼자 사는 거처라 살아 있는 캐릭이라고는 나하고 그애들뿐이었다. 그 애들을 위해 스타트 패키지를 구해다 주었고,

그 애들의 건강을 위해 황금토벌인가 하는 패키지를 바다 건너가는 친지들에게 부탁하여 구해오기도 했었다.

검은태양철이면 안전한 자리를 찾아 자리를 옮겨 주어야 했고, 하둠에는 필요 이상으로 투력을 높이곤 했다.

이런 정성을 일찍이 부모에게 바쳤더라면 아마 효자 소리를 듣고도 남았을 것이다.

이렇듯 애지중지 가꾼 보람으로 매달 말이면 감미로운 알림음과 함께 신용카드명세서를 보내 나를 설레게 했고,

지갑은 우리처럼 항시 비어있었다. 우리 검사모를 찾아온 사람마다 개사기 발키리를 보고 한결같이 좋아라 했다.

지난해 여름 장마가 갠 어느 날 테라M으로 엘린쟝(小兒姓愛)를 뵈러 간 일이 있었다. 한낮이 되자 사전예약거품에 갇혔던 똥그래픽이 눈부시게 쏟아져 내리고

망무새들 우지지는 소리에 어울려 숲속에서는 흑우들이 있는 대로 목청을 돋구었다.

아차! 이때에야 문득 생각이 난 것이다. 발키리를 흑정모드 시킨 채 온 것이다. 모처럼 보인 찬란한 똥겜이 돌연 원망스러워졌다.

사냥터에 늘어져 있을 발키리 인벤이 눈에 아른거려 더 지체할 수가 없었다. 허둥지둥 그 길로 돌아왔다. 아니나다를까, 인벤은 가득차 있었다.

안타까워하며 잡템을 팔아주고 수정합성을 했더니 겨우 비웠다. 하지만 어딘지 기운이 빠져버린 것 같았다.

나는 이미 온몸으로 그리고 마음속으로 절절히 느끼게 되었다. 집착(執着)이 괴로움인 것을, 그렇다, 나는 발키리에게 너무 집념해 버린 것이다. 이 집착에서 벗어나야겠다고 결심했다. 발키리를 키우면서는 일하면서도 검사모를 떠나지 못한 채 꼼짝 못 하고 말았다. 밖에 볼일이 있어 잠시 방을 비울 때면 자사가 되도록 절전모드를

틀어 놓아야 했고, 자사를 켜지 않고 나가다가 뒤미처 생각하고는 되돌아와 켜놓고 나간 적도 한두 번이 아니었다. 그것은 정말 지독한 집착이었다.

며칠 후, 발키리처럼 답이 없는 친구가 놀러 왔기에 선뜻 그의 품에 계정을 안겨주었다. 비로소 나는 얽매임에서 벗어난 것이다.

날듯 홀가분한 해방감. 1년반 가까이 함께 지낸 '똥(便)'을 떠나보냈는데도 서운하고 허전함보다 홀가분한 마음이 앞섰다.

이때부터 나는 하루 한 가지씩 버려야겠다고 스스로 다짐을 했다.발키리를 통해 무과금의 의미 같은 걸 터득하게 됐다고나 할까.

흑우의 역사는 어떻게 보면 흑또속(黑再欺)처럼 느껴진다. 보다 많은 자기네 몫을 위해 끊임없이 싸우고 있는 것 같다. 과금욕에는 한정이 없고 휴일도 없다. 그저 하나라도 더 많이 갖고자 하는 일념으로 출렁거리고 있는 것이다. 물건만으로는 성에 차질 않아 계정까지 과금하려 든다. 그 계정이 깡통계정이 아닐 경우에는 끔찍한 비극도 불사(不辭)하면서, 제 정신도 갖지 못한 처지에 남을 가지려 하는 것이다.

과금욕은 랭킹(順位)와 정비례한다. 그것은 개인뿐 아니라 길드간의 관계도 마찬가지. 어제의 맹방(盟邦)들이 오늘에는 맞서게 되는가 하면, 서로 으르렁대던 길드끼리 빅엿을 교환하는 사례를 우리는 얼마든지 보고 있다. 그것은 오로지 소유에 바탕을 둔 이해관계 때문인 것이다. 만약 흑우의 역사가 과금에서 무과금으로 그 향(向)을 바꾼 다면 어떻게 될까. 아마 싸우는 일은 거의 없을 것이다. 주지 못해 싸운다는 말은 듣지 못했다.

조용민은 또 이런 말도 하고 있다.

"누구든 매출을 올리고자 무리한 행동을 한다면 용서치않을것......"

그는 무엇인가를 갖는다면 같은 물건을 갖고자 하는 사람들이 똑같이 가질 수 있을 때 한한다는 것. 그러나 그것은 거의 불가능한 일이므로 자기 과금에 대해서 범죄처럼 자책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다.

우리들의 과금 관념이 때로는 우리들의 눈을 멀게 한다. 그래서 자기의 분수까지도 돌볼 새 없이 들뜬다. 그러나 우리는 언젠가 한 번은 빈손으로 돌아갈 것이다. 하고 많은 물량일지라도 우리를 어떻게 하지 못할 것이다.

크게 버리는 사람만이 크게 얻을 수 있다는 말이 있다. 패키지로 인해 마음을 상하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한번쯤 생각해볼 말씀이다. 아무것도 갖지 않을 때 비로소 온 세상을 갖게 된다는 것은 무과금의 또다른 의미이다.

휴면명7465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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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면명7096631 2020-05-27 11:26
무플 방지
2020-05-27 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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