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게임을 시작한 이래 처음으로 남작을 찍었습니다. 하룻밤 꿈처럼 금새 잊혀질 터라, 게시글에 기록처럼 담아 두고 싶었습니다. 지금이 아니면, 영영 못할지도 모르거든요.
저는 무과금 이용자입니다. 조금 허전하여 강조를 싣자면, 순수 무과금입니다.
결코, 무과금으로 남작을 달성한 걸 자축하는 것이 아닙니다. 1원 한 푼 안 쓰고도 저보다 높은 전투력을 찍은 분들이 어디 한둘인가요!
더구나 저는 무과금을 지지하지도 않습니다. 아무리 인앱 구매 구조로 개방된 게임이라지만 대중 콘텐츠 개발 분야에 조예를 가진 저로서는 죄스러운 마음이 들기까지 합니다. 게임 개발 및 운영이 험상궂은 일이라는 사실을 잘 알거든요. 그렇기에 누군가의 피땀이 얼룩진 상품을 공짜로 가지고 노는 것은 스스로도 마뜩지 않습니다.
하지만 어쩔 수 없습니다. 핵과금 시대에 소과금으로는 경쟁하기 힘드니까요.
곱게 생긴 외모와는 다르게, 저의 성격은 굉장히 흉악합니다. 아니, 그랬던 때가 있었습니다. 가상의 세계라지만 지금껏 제가 싸워 온 이력을 이모저모 뜯어보면, 누구라도 혀를 내두를 지경입니다. 네.. 질이 아주 안 좋습니다, 제가..
무엇보다 지고는 못 사는 성격이에요. 그랬었죠. 한때는 그랬습니다.
그런데 이 게임을 시작하면서부터 모든 것을 내려놓았습니다. 나이가 들면서 갱년기가 일찍 찾아온 탓인지 호전적인 성격이 제법 누그러들기도 했고요. 이제는 얼굴도 모르는 사람들과 티격태격, 옥신각신, 니캉내캉 싸우는 건 아무 의미가 없어졌습니다. 득도 없이 무한정 경쟁하는 것도 질렸고요.
그렇게 지금까지 이어온 것이다 보니, 앞으로도 과금할 일은 전혀 없을 듯합니다. 이제 와서 본섭에 과금을 하는 건 뜬금없고 엉뚱한 짓이기도 하고요.
미안해요, 펄어비스..
하긴 또, 펄어비스가 저처럼 시간 때울 요량으로 이 게임을 즐기는 사람들에게 굳이 돈을 써야 할 필요가 없도록 환경을 조성해 놨습니다.
원작을 하셨던 분들이라면 익히 알고 계실 거예요. 펄어비스의 과금 정책 자체가 과금 이용자들에게 큰 부담으로 작용되게끔 설계되어 있다는 사실을요. 무소과금 이용자들과 격차를 벌이려면 한두 푼으로는 어림없죠. 투자 금액에 비해서 특별히 대단한 걸 어마어마하게 얻는 것도 아니고, 강화 과정에서 재수가 없으면 더 큰 손실을 입기도 합니다.
앞서 말씀드렸었죠. 1원 한 푼 안 쓰고도 저보다 더 높은 투력을 가진 분들이 많다고요. 그 반대의 경우도 그만큼이나 많습니다.
게임 채널에서 종종 소개되는 분들 계시죠. 지금까지 수백만 원에서 수천만 원을 투자하고도 여태 말단에 머물러 계신 분들이 더러 계십니다.
참, 안타깝죠.
밀린 숙제에 따라서 다르지만 보통은 끽해야 하루 한 시간입니다. 그동안 매일 한 시간씩 아등바등 긁어 모은 것으로 여기까지 왔네요. 축, 그딴 거 먹어 본 적 없습니다. 지금 까지 쌓아 놓은 재화로 상점에서 구매해 만든 것입니다.
참 쉽죠!?
게임이 모바일로 넘어오면서 시장의 추세를 쫓다가 여러모로 변질되기는 했습니다만, 이 게임의 원형은 원작과 다르지 않습니다.
기조는 한결같습니다. 바로 생활형 놀거리죠. 대양 역시 느긋하게 즐기라고 나온 콘텐츠입니다. 하나의 게임에서 다양한 색채를 제공하고자 하는 것이 검은사막과 검은사막 모바일의 궁극적인 기획 의도입니다.
어제 서버 창이 칸 때문에 꽤나 시끄러웠었죠. 리니지M 따위나 하던 분들은 거품 물고 토하는 게 지극히 정상적인 반응입니다.
이 게임은 생활형 모바일 게임이에요. 본디 기획 의도 자체가 그렇습니다. 대양은 앞으로 무한히 확장할 콘텐츠입니다. 이건 이용자들과의 타협안이 아닌 것이죠.
꼭 보면, 파운드 푸티지나 페이크 다큐멘터리 장르를 헐뜯으면서 전통 호러를 비교하는 분들이 계십니다.
이건 둘 중 하나예요. 미쳤거나, 모자라거나. 아, 말해 놓고 보니 둘 다일 수도 있겠군요. 흔하디 흔한 우리 옛말처럼,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는 법입니다.
전 아주 흡족해요. 모바일로 구현하기 굉장히 어려운 걸 잘 가져와 살렸습니다. 원작 고유의 분위기와 틀을 고스란히 살리는 건 게임 환경의 제약에 의해 애당초 불가능했던 것이고요. 이만하면 모바일 게임 역사에 다시 한번 획을 그었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저 또한, 지난 사건들과 그에 따른 불만으로 분위기에 휘둘려 막말도 하고, 떠나고자 작심하기도 했었지만, 두고 보면 볼 수록 저버리기 어려워지네요.
아무래도 검은 별 무기가 혼돈 무기인 것 같습니다. 검은 별 무기도 나왔고, 고래도 나왔으니... 이제 뭐가 남았죠? 원작을 접은 지 오래됐거든요. 저는 잘 모르겠네요.
말 따라 하기 좋아하는 분들이 방향성을 들먹이고는 하는데, 반은 맞고 반은 틀립니다. 콘텐츠 개발에도 자원이 들기 마련이에요. 이미 원작에 우수한 콘텐츠가 수두룩한데, 발상부터 개발까지 돈과 인력을 구태여 낭비할 필요까진 없죠.
사실 다 거기서 거깁니다. 극단적으로, 원작의 랜시아가 모바일에서는 랜서로 등장하는 게 좋은 예죠. 포장만 바뀌었을 뿐, 내용물은 같은 겁니다.
결국, 맨 나중에 가서는 원작과 동일한 시기에 동일한 콘텐츠가 포장만 바뀐 채 업데이트 될 것 같네요. 그러나저러나 저는 이 게임을 평생 못 버릴 것 같습니다.
사족
닌자보다 가디언을 먼저 업데이트 하지...
디아 감수성을 간직한 사람들에게 최고의 캐릭터가 될 듯한데...
그 왜, 바바리안이랑 분위기가 비슷하잖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