짱아의 합방이 잠정 연기됐다는 소식을 접하니 참 씁슬하네요. 누군가 먼저 목소리를 내어 그 자리를 마련하려는 시도 자체가 쉽지 않은 용기라는 걸 알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 시도는 의도조차 왜곡되고,
"객관성과 전문성이 없다"는 말을 시작으로 결국 토론 자격이 있느냐는 식의 프레임에 휘말려 꺾이고 말았습니다. 그냥 얘기 좀 나눠보자는 시도마저 검열되버렸다고 밖에 보이지 않습니다.
짱아가 하려던 건 거창한 정치가 아닌, 그저 영혼석 사태로 지친 유저들끼리 허심탄회하게 이야기 좀 해보자는 자리였습니다.
펄업과 소통할 수 있는 창구가 없는 유저들, 공식 포럼에 글을 써도 반영되지 않는다는 의견, 근래 또 나름 핫했던 어뷰징이슈, 영혼석 사태, 밸패 등등..말이죠. 이런 악순환들을 깰 수 있는 작은 출발점이 되지 않을까 하는 기대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런 자리를 두고 객관성, 전문성, 자질이라는 이름으로 기획 자체마저도 부정되고 말았습니다. 급기야 포럼에서 합방계획을 알리며 유저들 의견을 물어본게 잘못이라는 말로 이게 또 공적 책임이 있다는 식으로 또 비틀려 버리더군요.
그런데 "전문성"이라는 말이 정당했을까요? 그건 사람에 대한 비판이 아니라, 구조에 대한 문제 제기였다. 혹은 특정 라인업에 대한 문제 제기였다고 합니다.
객관성과 전문성이 부족하다는 표현은
소통의 전제를 권위의 영역으로 끌어올리는 것입니다. 그 순간부터 누구든 이 대화에 참여하려면 어떤 자격 검증을 받아야만 할 것처럼 느껴지게 만드는거죠. 그건 단순한 피드백이 아니라, "누가 이 자리에 설 수 있는가"를 선별하려는 선 긋기입니다. 그리고 결국 자기 기준에 맞지 않으면 퇴장당해야 한다는 식의 분위기 조성으로 이어졌고요.
토론은 다양성이 전제입니다.
그러나 "내 기준에 못 미치면 그건 진지한 토론이 아니다" 라는 식의 단정입니다.
그게 과연 토론의 장을 위한 비판이었을까요?
짱아는 누구를 대표한다고 말한 적도, 대단한 영향력을 행사하겠다고 한 적도 없습니다.
그저 "라이브 방송이라는 매체를 통해 유저끼리 합방하며 얘기 좀 해보자"고 했을 뿐입니다.
유저들 사이의 자발적 소통조차 준비가 부족하니 하지 말라,대표성이 없으니 자격 없다, 이런 식으로 틀어막아야 한다면, 과연 어떤 유저가 앞으로 다시 대화를 시도할 수 있을까요?
비판은 자유입니다.
하지만 그 비판이 의견을 말하는 자유조차 위축시킨다면, 그건 건설적 비판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합방관련한 유저의 소신발언은 논리로 포장되었지만, 그 논리 뒤에는 결국 특정 상대방의 존재 자체를 부정하는 감정적 잣대가 숨어 있습니다.
저는 여전히 다양한 유저들의 목소리가 필요로 하다고 생각하고, 그 목소리는, 특정 자격을 가진 자들만의 전유물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하지 말라는 말보다 더 나쁜게 "너는 안 된다"는 말입니다. 유저가 유저랑 떠드는 데 석·박사 학위가 필수면, 이 게임 포럼은 검은사막 모바일 대학원입니까? 그런 자격은 누가 정해줍니까? 수다, 소통도, 포럼내 글쓰기도 자격 검증을 받아야 하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