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사막 모바일은 출시 5년을 맞이한 올드 게임입니다 유저도 매출도 자연 감소세에 접어들 시기죠. 그럼에도 매주 패치를 이어오는 펄어비스는 굉장한 게임사임에는 틀림이 없습니다. 많은 분들이 여전히 포럼을 떠나지 않고 이런저런 소리를 하는 건 나름의 애정이 뒷받침되어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이 듭니다.
오늘은 5년이 흐르는 동안 검사모의 투기장이 어떻게 달라졌고 어떻게 바뀌어야 할지를 몇 글자 적어볼까 합니다. 너무 고여 하는 사람만 하는 투기장러의 저변을 넓히고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기 위한 제안이라고 보면 됩니다. 우리의 굉장한 펄어비스가 올겨울 칼페온 연회에서는 투기장도 좀 살펴봐 달라는 요청이기도 합니다.
*투기장의 역사
투기장은 2018.2.28 검사모가 출시된 시점부터 탑재된 뿌리깊은 콘텐츠입니다. 당시에는 검사모 유저=투기장러일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즐겼죠. 스펙 보정은 크지 않았으며 승리시 점수를 얻고 잃는 일반적인 방식이었습니다. 점수 추이에 따라 '근위대리그~황실기사단 리그'로 구분되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또 승리시 보상 상자를 3개까지인가 열 수 있어서 많이들 했습니다. 이때는 비각성 시절이라 클래스별 슈아기는 2~3개 뿐이었지만 전반적으로 느릿느릿해 대처가 가능했죠.
1년 정도 지난 후 (현재까지 유지되고 있는) 투기장 엠블럼 시스템 도입과 함께 매칭 방식이 변경되었습니다. 과거에는 점수 기반 매칭이었던 것과 달리 자신과 비슷한 투력대와 연결시켜주게 바뀌었죠. 예전에는 투력이 높은 쪽이 유리했지만 이 패치부터는 체력이 많은 쪽이 유리했습니다. 때문에 방어구를 한벌 더 마련해 강장보석(체력)으로 도배하는 '강장셋', '체력셋'이 유행하기 시작했죠.
투기장러와 비투기장러가 갈리기 시작한 거도 이때였을 겁니다. "그렇게까지(강장셋) 하면서 이기고 싶냐"는 사람들이 생겨났기 때문이죠. 점수 카운팅 방식도 특이했습니다. 이때는 패배시 점수 손실은 없었으며 이기면 계속 점수가 쌓이는 구조였습니다. 투기장 죽돌이들이 랭크 상위에 오르는(실력 무관) 현상이 생겨났죠.
펄어비스는 다시 체력이 아닌 전투력이 높은 쪽이 유리하는 '랭킹전'을 2020.3.31 도입합니다. 기존 투기장은 '일반 대전'이라는 이름으로 존속시키죠. 투기장 콘텐츠가 이원화된 것이 바로 이 때입니다. 랭킹전은 도입 당시 굉장히 많은 불평을 낳았습니다. 검사모 유저간 투력 격차가 극심할 때라 문자 그대로 한두대만 맞아도 죽어버리는 상황이 벌어졌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불합리에 지친 사람들은 일반 대전으로 갔지만 보상도 크지 않고 순위도 사라진 옛 투기장의 인기는 그리 크지 않았습니다. 말 그대로 하는 사람만 하게 된 거죠.
2021.7. 펄어비스는 모든 조건이 동등하게 보정되는 카르케야의 영웅을 이벤트 형식으로 엽니다. 투력과 체력이 모두 똑같은 상황에서 싸우는 대전에 사람들은 열광했습니다. 실제 카르케야의 영웅 이벤트는 굉장히 흥행했죠. 랭킹전에 지친 투기장러들은 약 3주간 진행된 카르케야 이벤트 기간 동안 박터지게 싸웠습니다.
카르케야의 영웅의 예상밖 흥행을 눈여겨 본 펄어비스는 2022.1 정식 대전 콘텐츠로 합류시킵니다. 지금 우리가 하고 있는 그 카르케야죠. 그리고 과거 일반 대전이라 불리던 투기장을 이제 '일반 대련장'으로 변경하고 카르케야룰을 그대로 접목시킵니다.
잠시나마 붐이 일었지만 우리 모두가 알다시피 고정화된 카르케야의 인기는 생각보다 빠르게 식습니다. 과거 이벤트로 할 때보다 짠 보상, 내 실력이 어느정도인지 가늠할 수 있는 순위표의 부재, OP 캐릭터들의 연이은 등장 등 각종 이유로 유저들이 썰물처럼 빠져나갔죠. 현재 카르케야는 4000점은 고사하고 지금은 3500점, 아니 3000점도 간당간당한 그런 버림받은 콘텐츠가 되었습니다. 아울러 투기장러는 포럼에서 환영받지 못하는 천덕꾸러기가 되었습니다. 어쩌다 이렇게 되었을까요.
제가 볼 때 검사모 투기장이 망한 가장 큰 이유는 변화없이 고여버렸다는 점이 큽니다. 눈썰미 좋은 분은 아시겠지만 펄어비스는 5년 동안 1년 간격으로 투기장 콘텐츠를 패치해 주었습니다. 하지만 펄어비스는 카르케야를 정식으로 편입시킨 2022.1 이후 2년여가 다되어가는 동안 투기장과 관련해서는 어떠한 패치도 하지 않았습니다. 관전 모드 등 편의 시스템을 추가하긴 했지만 보다 근본적인 변화는 관심을 주지 않았습니다.
2023.10 현재 검사모의 투기장 콘텐츠가 이원화도 아니고 3원화되어 있다는 점도 문제입니다. 랭킹전(고투력 유리), 카르케야의 영웅(주말에만), 일반대련장으로 구성되어 있는데요. 랭킹전은 고투들만 재미를 보는 덕에 저투들은 기피하는 대전이 되었고 카르케야는 현생에서도 바쁜 주말에만 열리기 때문에 접근성이 낮습니다. 그나마 일반대련장이 캐주얼하게 즐기고 스킬 연습도 하시는 분들이 계셔서 투기장러들의 숨통을 트여주는 편입니다.
*어떻게 해야 할까
이제 펄어비스는 위기 의식을 갖고 투기장 콘텐츠의 개편을 결정할 때가 되었다고 봅니다. 특히 2022.1 이후 2년 가까이 손을 놔버린 투기장 콘텐츠 개편을 실시할 때가 되지 않았나 합니다.
투기장 개선 방향은 여러가지가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랭킹전, 카르케야로 나뉜 투기장을 통합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적어도 그간 해온 온라인 게임들 중 투기장 시스템이 검사모처럼 둘로 나누어 동시 운영하는 사례는 보지 못했습니다. 가뜩이나 유저풀도 작은데 투기장을 나눠서 하려니 매칭이 더 안 잡히는 것도 이상한 일은 아니지요.
거듭 말하지만 랭킹전을 카르케야룰로 통합하고 카르케야 승리시 초창기 검사모 투기장에서처럼 시간제 보상 박스를 3개까지 열수 있는 방식을 제안하고 싶습니다. 이때 투력이 높은 유저일 수록 해당 보상 박스에서 좋은 보상을 주게 해 고투의 참여를 유도하고 저투 역시 성장에 필요한 아이템이 주어진다면 자연스러운 참여 유도를 할 수 있을 겁니다. 물론 카르케야 승리를 일일과제나 주간 과제에 포함할 필요까지는 없어 보입니다. 그럼 과도한 숙제처럼 여기게 할 소지가 있으니까요. 반대로 펄어비스가 동투 투기장 운영에 지쳤다는 판단이 들면 카르케야를 폐지하고 랭킹전에 통합하는 것도 방법입니다. 요는 쪼개진 투기장 유저층을 합치는 거니까요.
투기장에서 블랙펄을 소진하게 할 수 있는 방법도 있습니다. 현재 카르케야에서는 연승시 +1점이 계속 추가되는 연승 보너스가 있는데요. 과도한 점수차가 나 일반적이라면 0~1점밖에 얻지 못하는 상대라도 연승을 이어가면 종국에는 20점까지 얻을 수 있는 시스템입니다. 단, 패배하면 연승 보너스가 초기화되는데요. 패배해도 연승 보너스를 잃지 않게 해주는 아이템을 100 블랙펄 정도에 판매한다면 전 구매할 의향이 있습니다. 다시 연승을 쌓는 과정이 꽤나 고통스럽고 재미도 없기 때문이죠. 물론 이러한 연승 보너스 보전 상품은 4000점 이상에서는 쓰지 못하게 하는게 맞을 겁니다. 4000점 이상부터는 진정한 랭커 구간으로 실력만으로 1~2위를 다투는 장이 되도록 해야겠죠.
어떤 방식이든 좋습니다. 지금의 고여버린 투기장을 개편할 수 있는 업데이트라면 무엇이든 환영입니다. 출시 시점부터 검사모와 함께 한 투기장을 내던지지 말고 진지한 개편 고민을 했으면 합니다. 하다못해 노딱에 멈춰있는 일반대련장의 레벨을 보라색(공허등급)까지 올릴 수 있게 해줘도 좋겠네요. 뭐가 되었든 곧 다가올 겨울 칼페온 연회에서 펄어비스의 투기장 개선 계획을 접할 수 있었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