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리대숲 백일장 수상작 소개
검은사막 모바일에서 모험가님의 손으로 직접 써 내려가는 십리대숲 백일장 대회!
모험가님의 손끝에서 피어나는 따뜻한 이야기, 십리대숲 백일장의 수상작을 소개해드립니다.
검은사막 모바일에서 경험하신 내용을 진솔하게 풀어낸 다양한 이야기들을 지금 감상해보세요.
* 제출해주신 작품들은 오탈자, 띄어쓰기, 문장 흐름 등을 보완한 후 안내드리는 점, 모험가님들의 감상에 참고 부탁드립니다.
수상작 목록
십리대숲 수상작
도인 - 무정영 모험가님
투기장에서 만나요 - 라이텐 서버, 무정영 모험가님
한때 동네 골목골목마다 오락실이 있던 그런 시절이 있었다. 단돈 100원이면 세상을 다 가진 기쁨을 맛보던 시절. 지금은 상상하기 힘들 만큼 담배 연기 빽빽한 컴컴한 공간에 천 원짜리 한 장 내밀면 퉁명스러운 표정으로 백 원짜리 열 개를 거슬러 주던 주인아저씨가 있던 오락실에서 참 많은 시간을 보냈더랬다.
당시 오락실의 주류는 단연 대전 게임이었다. 장풍을 날리고 하늘을 휘저으며 상대와 손속을 겨루는 대전 게임은 컨트롤 좀 한다고 하는 아이들의 실력을 가늠하는 바로미터였다. 어느 동네든 내로라하는 대전 게임 고수들이 존재했고 그들은 ‘오락실 키즈’들이 우러러보는 우상 같은 존재였다. 남들은 따라 하기도 힘든 커맨드를 요구하는 기술을 자유자재로 쓰거나 연속기를 적중시키면 터져 나오는 함성을 기억한다. ‘초딩’ 특유의 친화력으로 “형, 그거 어떻게 써?”라고 묻던 기억은 누구나 가슴 한쪽에 품고 있는 추억이 아닐까 싶다.
안타깝게도 난 오락 실력이 그리 좋은 편은 아니었다. 열성적인 오락실 키즈였지만 아무리 동전을 쏟아부어도 레버와 버튼은 영 어색했다. 허공에 헛주먹을 날리기 일쑤였고 상대는 날렵하게 반격을 가하곤 했다. 분명 먼저 버튼을 눌렀는데 차디찬 바닥에 쓰러지는 건 내 쪽일 때가 많았다. 때로는 한참 어려 보이는 꼬마에게도 농락을 당했다. 분명 밥도 몇백 그릇은 더 먹고 100원짜리도 몇백 개는 더 썼을 텐데, 실력은 노력과 정비례하지 않았다.
시간이 흐르며 게임의 유행도 바뀌었다. 하늘로 던진 뼈다귀가 우주선으로 전환되는 영화 ‘스페이스 오디세이’의 유명한 한 장면처럼 오락과 버튼은 순식간에 모바일 기기의 터치 패드로 바뀌었다. 유년기를 함께 했던 오락실은 하나둘 추억 속으로 사라졌지만 ‘오락실 키즈’의 승부사 기질까지 사라지진 않았다. 오히려 더욱 불타올랐다. 부모님 눈을 피해 몰래 게임을 해야 했던 어린 시절과 달리 어른이 되어 여유와 경험이 쌓여 진득하게 실력을 키울 수 있어서였다.
한동안 잊고 있었던 오락실 게임의 향취와 다시 만난 건 2018년 검은사막 모바일을 만나면서부터다. 오로지 실력으로 승부를 벌이는 오락실 대전 게임처럼, 순수한 컨트롤로 상대와 겨루는 투기장이 존재했기 때문이다. 검은사막 모바일에 앞서 접한 여러 게임의 투기장은 여러 명과 함께하는 팀 게임이거나 데스매치와 같은 난투가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검은사막 모바일은 달랐다. 상대의 공격을 눈으로 보고 피할 수 있는 후판정 시스템과 프레임 단위로 희비가 엇갈리는 전투 방식은 한때 동네 고수를 열망했던 '어른이'의 어렸을 적 꿈을 되살리기에 충분했다. 게다가 업데이트를 통해 밸런스까지 지속해서 조정되니 이보다 더한 재미 요소는 없었다. 한 판을 할 때마다 100원짜리 동전을 넣을 필요도 없으니 져도 그만, 이겨도 그만이라는 마음으로 임했다. 많이 부딪히다 보니 주요 기술들이 눈에 익었고 장단점도 알게 되었다. 승률도 꽤 올랐다. 어렸을 때 오락실에서는 왜 맥없이 지기만 했는지도 어렴풋이 알 것 같았다. 그때는 배우려는 생각 없이 그저 맹목적으로 들이받기만 했다. ‘지피지기면 백전불패’라는 말은 게임에도 적용될 수 있었던 것이다
어렸을 적 동네 오락실마다 내로라하는 고수들이 나왔듯 검은사막 모바일에서도 고수라 불리는 ‘네임드’들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그들 역시 엇비슷한 이유로 투기장에 매료된 게이머들이었다. 어제는 졌지만, 오늘은 이기는 치열한 승부가 반복되었다. 한판 한판이 접전이었으며 졌으면 진 이유를 복기하고자 했다. 상대의 습관이나 기술 패턴을 외우고 이를 역으로 노린 맞춤형 전술이 적중했을 때의 짜릿함은 굉장한 카타르시스를 안겨주었다.
그렇게 7년의 시간이 지났다. 영원한 건 없는 법이다. 시간은 모든 것을 바꾼다. 유년기의 오락실이 사라졌듯 검은사막 모바일 역시 7년의 세월이 지나며 처음과는 참 많이 달라졌다. 한때 창과 칼로만 싸우던 게임 속 캐릭터들은 이제 총과 대포까지 앞세워 상대를 압박하기에 이르렀다. 배워야 하는 캐릭터의 숫자는 수십 종으로 불어났고 이것은 보이지 않는 진입 장벽으로 작용했다. 날로 커지는 밸런스 격차에 투기장을 찾지 않는 사람도 늘었다.
현실이 바빠서, 혹은 게임이 재미없어져서 검은사막 모바일을 떠난 맞수와 더는 손속을 겨룰 수 없게 된다는 사실은 진한 아쉬움을 남긴다. 게임 캐릭터를 조종하는 상대의 얼굴도, 이름도, 나이도 모르지만, 어느새 정이 들어버린 그들과 더는 접점을 이어갈 수 없다는 사실이 못내 허전했다. 투기장의 대기 시간이 길어질수록 겨우 재미를 붙인 취미가 사라질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들 때도 종종 있다.
그럼에도 여전히 매일매일 어떻게든 짬을 내어 투기장에 오른다. 여전히 마음 한쪽에는 ‘오락실 키즈’가 살아 숨 쉬고 있어서다. 누구나 게임을 하는 이유가 있듯 길어야 2분이면 승패가 결정 나는 투기장이 이 게임을 하는 이유다. 오늘도 떠나가는 사람의 빈자리를 채울 새로운 누군가와 만나기를 기대한다. 그리고 이왕이면 더 크고 날이 선 대검으로 맞수들을 눕히기를 고대한다.
그러니, 투기장에서 만나요.
명장 - 케이포나인 모험가님
회색 일상에 물든 검은색, 검은사막 모바일 - 라이텐 서버, 케이포나인 모험가님
하루의 시작은 늘 비슷하다. 아침 7시, 울리는 알람을 끄고 힘겹게 눈을 뜬다. 오늘도 공장 정문을 지나 인사팀 사무실에 들어선다. 바쁘다는 이유로 무뎌진 감정, 반복되는 업무에 점점 메말라가는 나를 문득 발견한다. ‘오늘도 똑같겠지’ 싶은 회색빛 하루. 하지만 그런 나에게 단비처럼 다가오는 순간이 있다. 바로 검은사막 모바일을 켤 때다.
처음 이 세계에 발을 들였을 때는 단순한 호기심이었다. 동료의 추천으로 깔아 본 게임이었고, 적당히 시간이나 때워보자 싶었다. 그런데 게임 속의 세상은 놀라울 만큼 아름다웠다. 해 질 무렵의 발레노스 평야, 푸른 바다를 해치던 나의 캐러벨, 자잘한 돌멩이 하나까지 정성스럽게 그려진 필드. 현실에서는 보기 힘든 풍경들이 작은 화면 안에서 펼쳐졌고, 나는 점점 이 세계에 빠져들었다.
인사팀의 일은 생각보다 반복적이고 사람에 치인다. 교육, 평가, 복무 관리, 노사 커뮤니케이션까지. 어떤 날은 이메일만 수십 통 넘게 읽고 답장을 쓴다. 회의실에서 사람들과 얼굴을 맞대고 앉아 있으면서도, 내가 진짜로 하고 싶은 말은 삼키게 되는 일이 다반사다. 하루에 수십 번씩 내 감정을 숨기며 ‘직장인 모드’로 살아간다. 말하자면 나는 나를 조금씩 잃어가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점심시간 끝나기 전 10분 남짓한 짧은 틈에 검은사막 모바일을 켰다. 캐릭터는 벨리아 마을에서 낚시를 하고 있었고, 머리 위로는 노을이 퍼져 있었다. 아무 소리도 나지 않는 그 장면이 유난히 고요하고 따뜻하게 느껴졌다. 마치 내 마음을 알아주는 듯한 풍경. 그날 이후 나는 매일 조금씩 ‘그곳’으로 도망치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 게임의 정말 무서운(?) 매력은 바로 강화 시스템이다. 직장에서는 리스크를 줄이고 예측 가능한 결과를 만들어야 하지만, 검은사막 모바일 속에서는 오히려 불확실함이 쾌감이 된다. 아직 9강 장신구를 모두 만들지 못해 꾸준히 강화를 시도하는데, 원하는 장신구를 손에 쥐고 ‘강화’를 누르는 그 찰나, 나는 현실에서 느낄 수 없는 짜릿한 긴장을 맛본다. 실패하면 무너지고, 성공하면 환호하는 그 짧은 순간은 말 그대로 도파민 폭발의 시간이다. 직장인으로서 억제된 감정이 게임 속 ‘합법 도박’에서 풀려난다. 클릭 한 번으로 천국과 지옥을 오가는 이 강화 시스템은, 내 일상 속 가장 흥미로운 도전이 되었다.
회의 끝나고 커피 한 잔 들고 돌아온 자리에 앉아 캐릭터의 가방을 정리한다. 야근 전에 5분, 잠깐 접속해 우편 보상을 받고 자동 사냥을 돌려놓는다. 퇴근 버스를 기다리며 길드 채팅을 읽고, 피곤한 밤에는 원귀의 밤이나 아즈낙 전장을 기다리며 마음의 긴장을 풀어낸다. 아주 짧은 시간, 아주 작은 틈. 하지만 그 순간들이 나를 다시 사람답게 만들어준다.
검은사막 모바일 속 내 캐릭터는 현실의 나보다 훨씬 당당하다. 드높은 산을 넘고, 어둠 속 괴물들과 싸우며, 스스로를 지켜낸다. 나는 그 안에서 내가 잊고 지낸 용기와 열정을 다시 떠올린다. 현실에서는 부드럽고 조심스럽게 말해야 하는 인사팀 과장일지라도, 게임 속에서는 거침없이 달릴 수 있는 나 자신을 만나는 것이다.
누군가는 게임이 현실 도피라고 말한다. 어쩌면 맞는 말이다. 하지만 나는 그것이 전부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도피와 충전은 닮았지만 다르다. 검은사막 모바일은 나에게 충전의 공간이다. 메마른 일상에서 감정을 적셔주는 작은 오아시스. 현실에 돌아올 수 있게 해주는 쉼표 같은 존재다. 이제는 출근할 때 자연스럽게 ‘오늘 저녁엔 어떤 어떤 컨텐츠가 있었나’를 생각한다. 업무가 버거울 때면 ‘잠깐 들렀다 가자’며 게임을 켜고, 거기서 작은 위로를 받고 다시 일에 집중할 수 있다.
게임은 현실을 더 견딜 수 있게 해준다. 더 이상 무기력한 하루가 아니라, 그 하루를 끝내고 돌아갈 또 다른 세계가 있다는 사실이 나를 견디게 한다. 아무도 모르게, 아주 조용히. 나는 검은사막 모바일이라는 세계 속에서 나를 다독이고 있었다. 그리고 다시 현실로 돌아와, 누군가를 다독일 수 있는 힘을 얻는다. 그게 바로, 내가 이 게임을 계속하는 이유다. 그게 내가 살아가는 방식이다.
장인 - 늘보팬더 모험가님
오늘도 그렇게 하고 있습니다 - 가모스 서버, 늘보팬더 모험가님
온라인 RPG 게임은 너무 오래 잡고 있어야 하기에 힘들어서 이제 도저히 못 하겠단 생각을 갖고 있던 2018년 봄, 선배 동료의 권유로 어쩔 수 없이 시작하게 된 검은사막 모바일이었습니다. 기존 다른 RPG에서 느꼈던 부정적인 경험으로 인해 ‘이 게임에는 또 얼마나 많은 시간을 쓰려나?’ 하는 두려움과 ‘모바일 게임’이라는 것이 주는 게임성에 대한 의심으로 처음엔 ‘적당히 하다 말겠지’하는 마음이었습니다.
그렇게 그냥 별생각 없이 시작했지만 플레이를 하다 보니 그래픽에 매료되고, 성장에 점점 재미를 붙이게 되었습니다. 나의 플레이에 크게 간섭하지 않으면서도 궁금한 걸 물어보면 바로 해결해 주는 선배 동료 덕분에 ‘다음엔 또 뭘 할까?’ 하는 생각으로 게임에 빠져들고 있는 나 자신을 볼 수 있었습니다.
시간이 흘러 어느 정도 캐릭터가 성장했을 때 슬슬 좋은 길드에 들어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고, 선배 동료가 자리를 알아봐 줘서 들어가게 된 길드는 새로움의 연속이었습니다. 여러 RPG를 했지만 게임 내 단체 생활은 처음이었기 때문에 모든 게 신기했습니다.
특히 처음으로 해본 거점전은 길드원들과 함께하는 즐거움을 주었고, 거점을 확보할 때 얻는 만족감은 이루 말할 수 없었습니다. 다른 RPG에서는 길드가 성을 점령함으로써 힘을 과시할 수 있는 만큼 아주 큰 길드만 경험할 수 있는 콘텐츠인데, 이 게임에서는 대형 길드가 아니더라도 거점이라는 것을 확보하게 해줌으로써 길드 단위로 무언가를 할 수 있다는 걸 심어주는 좋은 콘텐츠였습니다. 거기서 오는 재미는 정말 다른 RPG를 하면서도 느낄 수 없었던 재미였던 것 같습니다.
시간이 흘러 다른 길드로 옮겨갔고 거기서는 좀 더 체계화된 거점전과 공성전을 경험할 수 있었습니다. 새롭게 들어간 길드에서는 점점 괜찮은 사람들을 모으고 있었고 이를 통해 강한 길드를 만들고 있었습니다. 특히 두드러지게 바뀌었던 것이 거점전과 공성전이었는데, 처음에는 그냥 우르르 적진으로 들어가서 치고 박는 싸움만 있었다면 언제부턴가 전략이란 것을 세우기 시작했습니다. 인원 배치, 병기 사용을 통한 압박과 이득 챙기기 등을 연구하기 시작하며 거점 때 인원들에게 해야 하는 역할이 부여되었고, 이를 통한 세부적인 계획이 생겼습니다. 그렇게 작전을 세우는 사람들이 있다면 거점전이 더 수월해진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특히 계획을 실행하는 대장과 부대장들은 거점을 누비면서 작전을 실행했고, 성공하여 거점전에 승리할 때마다 그들에 대한 동경도 커지기 시작했습니다.
길드가 점점 커지고 사람들과의 유대가 커짐에 따라 길드원들의 오프라인 모임도 경험할 수 있었습니다. 다른 게임이나 커뮤니티를 통한 오프라인 모임은 꽤 많이 경험했지만, 검은사막 모바일을 하면서 경험한 오프라인 모임은 또 다른 즐거움이었습니다. RPG 특성상 다른 모임들보다 나이대가 높았는데 이게 직접 모였을 때는 편안함으로 다가왔습니다. 어느 정도 사회 생활을 경험하여 서로를 배려하며 즐겁게 놀려는 것이 보였고 또 다른 재미로 다가왔습니다. 서로 돈을 모아서 한 장소에서 음식 파티를 하고, 게임 이외에도 힘든 일 이야기, 사람들과의 만남 이야기 등 사회에서의 고민도 털어놓을 수 있는 만남의 장이 되니 모임에 대한 애착도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비록 나중엔 모임이 흐지부지 되었지만 그럼에도 지금도 즐거웠던 기억은 아직도 절 설레게 만들고 있습니다.
시간이 흘러 길드 합병으로 사람들이 나눠지면서 길드 대장을 맡게 되었는데, 이때 길드의 안과 밖에서의 권력 다툼을 경험할 수 있었습니다. 아무런 준비 없이 시작했던 길드 대장은 전에는 생각지도 못했던 길드 내 사람들 사이의 문제, 길드 바깥에서의 이미지와 행동에 대한 문제 등 여러 문제들을 경험하며 전 길드 대장이 얼마나 힘들었는지를 새삼스럽게 느낄 수 있었습니다.
길드 대장이 되면서 전에는 생각하지 않았던 길드원들과의 유대 관계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고 길드 밖에서는 길드와 길드 사이 마찰을 해결하고 길드를 유지하는 관리 방법을 배울 수 있었습니다. 길드를 유지하기 위해 다른 길드와 서로 연합하기도 하고 헤어지기도 하고 길드 합병과 분할을 통해 때로는 절망하고, 때로는 화내고, 때로는 슬퍼하고, 때로는 기뻐하면서 길드를 지키기 위한 노력을 많이 했습니다. 지금도 길드 관리는 너무 어렵지만 길드를 운영하면서 배웠던 길드 관리, 인원 관리, 컨텐츠 관리 같은 것들이 사회 생활에서 조금씩 도움이 되는 걸 보면 게임의 학습 효과라는 것에 가끔 놀라곤 합니다.
그렇게 7년이 지나고 지금도 하고 있는 검은사막 모바일은 아직도 저에게 무언가를 경험하게 해주는 게임입니다. 지금도 무언가를 배우며 때로는 힘들고, 때로는 화내고, 때로는 슬프고, 때로는 기뻐합니다. 나를 보고 있어 주는 길드원들과 함께하는 길드 운영진들, 이 게임을 지금까지 운영하며 유지하는 게임 개발진과 운영진을 보며 오늘도 그렇게 게임을 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얼마나 할지는 알 수 없지만 적어도 지금은 나의 인생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인생이란 책의 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고 나중에도 사라지지 않을 유산이 될 것입니다.
전문 - 왜곡 모험가님
말없이 함께 - 가모스 서버, 왜곡 모험가님
“그거 재미있냐?”
아버지가 처음 그렇게 물었을 때,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네, 그냥 시간 잘 가요.”
그날도 나는 평소처럼 검은사막 모바일에 접속해 있었고, 아버지는 거실 소파에 앉아 TV를 보고 계셨다. 그 말 한마디 이후로 아무 말도 없었다. 우린 원래 그랬다. 대화는 짧았고, 필요할 때만 말을 주고받았다. 서로를 아끼지 않았던 게 아니라, 익숙하지 않았던 거다. 서먹서먹한 시간이 쌓일수록, 무슨 말을 먼저 꺼내야 할지도 잊어버렸다.
며칠 뒤, 아버지가 내 방 앞에서 조심스레 말했다.
“나도 그거 해볼까?”
나는 순간 당황했다. 아버지의 손에 스마트폰이 들려 있었고, 화면에는 검은사막 모바일 설치 화면이 떠 있었다.
“정말요? 아버지가 게임을 해요?”
“너랑 뭐라도 같이 해보려고.”
그 말이 이상하게 마음에 걸렸다. 무뚝뚝한 말투였지만, 그 속에는 무언가 다가오고 싶은 마음이 숨어 있는 것 같았다.
그날 이후, 아버지는 가끔 나에게 게임 이야기를 꺼내기 시작했다.
“이건 어떻게 하는 거야?”
“이건 왜 안 되지?”
나는 하나하나 설명했다. 복잡한 시스템을 알려주는 게 귀찮기도 했지만, 그 이상으로 아버지가 나를 필요로 한다는 느낌이 조금 낯설지만 따뜻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우리는 자연스럽게 같은 공간에 앉아 같은 화면을 보며 시간을 보냈다. 말은 많지 않았지만, 묘하게 편안한 침묵이 있었다. 예전엔 어색하던 그 공기가 이제는 익숙했다. 어깨 너머로 아버지가 화면을 보며 ‘이거 좀 재밌다.’라고 혼잣말하시는 걸 듣고 나서, 나는 괜히 웃음이 났다.
어느 날, 아버지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너 어릴 땐 내가 무슨 생각하는지 잘 몰랐지?”
나는 잠시 멈칫했다.
“잘... 몰랐죠.”
“나도 네가 무슨 생각하는지 잘 몰랐어.”
그 짧은 대화가 그날 밤 마음에 오래 남았다. 우리가 함께하는 시간은 고작 게임 몇 번일지 몰라도, 그 안에서 오간 눈빛과 짧은 말은 우리가 서로를 이해해가는 시간이었다.
이제는 아버지가 먼저 내게 게임 이야기를 꺼낸다.
“오늘은 안 해? 같이 앉아있으면 좋던데.”
게임을 하다 말고, 그냥 조용히 나란히 앉아 있는 시간이 늘었다. 말을 많이 하지 않아도, 그 시간 속에 담긴 온기를 서로 느낄 수 있었다. 그건 단순히 게임을 함께하는 시간이 아니라, 아버지와 내가 놓치고 있던 시간을 다시 주워 담는 과정이었다. 그리고 어느 날, 아버지가 내게 말했다.
“고맙다. 이 나이에 뭔가 같이 할 수 있다는 게.”
나는 대답하지 못했다. 그저 작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속으로는 오래도록 기억하고 싶었다. 그 순간, 그 말투, 그 분위기. 그날 밤, 다시 아버지가 내게 물었다.
“그거 재미있냐?”
나는 이번엔 웃으며 대답했다.
“네, 재밌어요, 아버지"
전문 - 요정 모험가님
함께하는 시간 : 샤이 - 가모스 서버, 요정 모험가님
‘역시 검과 방패를 들고 싸우는 게 진리지!!’ 라며 팔라딘을 첫 클래스로 했었고, 멀리서 활 쏘는 게 좋아 보여 헌터도 하고 마법 쓰는 게 멋져 보여 아크 자매도 해보고 칼 쓰는 게 멋져 보여 수라도 했었다. 하지만 1~2달도 못 가서 뭔가 싫증을 느끼고 재미를 못 느끼는 나 자신을 발견. 그렇게 여러 클래스를 하면서 방황하다가 가장 귀여운 외모를 가진 ‘샤이’를 하게 된다.
이동기가 좋은 것도 아니고 스킬의 범위가 좋아 시원시원한 것도 아니지만 딸 하나 키운다는 느낌으로 시작을 했었다. 다른 클래스에 비해 의상이 나올 때마다 입혀주면 만족감이 아주 크며, 현재 나온 의상을 100%는 아니지만 90% 정도는 구매를 한 상태. 전투도 최전방 보다는 좀 후방에서 힐과 곰으로 지원하며 플레이를 하는 중인데 생각보다 재미가 있다. 적성을 발견한 걸까? 사실 현실에서도 나서기 보다는 뒤에서 서포트 하는 걸 더 좋아한다...!
대전 컨텐츠 시 목표는 항상 같다. 요즘 다른 샤이 유저분이 쓰는 말이다. ‘딸피에서 풀피로!!’ 그러다 보니 혼자 싸우는 컨텐츠보다는 동료가 있는 컨텐츠를 더 즐기게 된다. 투기장보다는 라모네스를 많이 하고, 거점전이나 태양의 전장도 시간만 허락된다면 열심히 참여 중이다.
개인적으로 샤이를 하면서 뿌듯함을 많이 느낀 컨텐츠가 두 가지 있는데, 그중 하나가 3인 ‘아즈낙 전장’이다. 어린 아이들이 있다 보니 개인적인 시간이 21시 이후로 가능해 파티원 구하는 것도 힘들고 참여를 잘 못했었다. 그러다 같이 하게 된 길드원 한 분이 아즈낙 후에 귓속말을 주셨고, 앞으로 시간을 조율해서 같이 아즈낙을 플레이 해보자고 하셔서 흔쾌히 수락! 그렇게 월, 목은 아이들을 최대한 빨리 재우고 아즈낙을 고정 멤버로 진행하게 된다.
치열한 싸움에서 뾰로롱 한방에 생사가 왔다 갔다 할 때, 우리 팀을 죽이지 않고 만피를 채웠을 때의 그 희열(?)은 경험해보지 않으면 모르지 않을까 싶다. 지금은 아즈낙이 개인전으로 바뀌어서 샤이로 활약할 수 있는 기회가 줄어들어 아쉽다. 다른 분들은 모르겠지만 필자는 3인으로 즐기던 아즈낙이 많이 그립다.
앞서 얘기했던 컨텐츠 중에 두 번째는 ‘아토락시온 : 바아마키아!’ 패치 후 아주 극 초반. 공략법도 글로 간단하게만 설명한 게 다였던 때에, 항상 챙겨 주시는 아즈낙 고정 멤버 두 분과 아토락시온 클리어에 도전하게 된다.
검사모를 하면서 이렇게 집중해서 한 적이 있을까?? 구간마다 실패 이유를 분석하고 서로 의논하며 조금씩 앞으로 나가던 그 성취감! 설렘! 그 느낌이 너무 좋았다. 우여곡절 끝에 마지막 보스방에 도착했지만 제한시간 때문에 실패, 2명을 더 모집해서 하는 게 좋을 거 같다고 결론을 냈었지만 마지막으로 한 번만 더 해보자고 했고, 몇 초 안남기고 클리어했던 상황은 아직도 기억이 생생하다.
5인으로도 클리어가 힘들던 시절인데 3인으로 클리어를 했다는 거에 성취감이 엄청났었다. 뾰로롱과 여름비를 정말 엄청나게 눌렀었는데. 지금은 지식 렙을 다 올려서 마지막방으로 바로 이동이 가능해 편하게 하고 있지만 필자에게는 처음부터 다시 하라고 해도 재밌게 할 수 있는 컨텐츠로 자리 잡았다. 여담이지만 아직도 길드원 두 분과 같이 이무기랑 아토락은 꾸준히 같이 다니고 있다. 이 자리를 빌려 항상 챙겨 주시는 두 분에게 감사의 인사를 드리고 싶다.
앞으로도 나의 최애캐 ‘샤이’와 만나는 모든 분들의 ‘함께하는 시간’이 보다 즐겁고 특별한 시간이 됐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