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에 음식점이 하나 있었는데 그냥그냥 괜찮았어.

특히 인테리어가 아주 좋았지.

맛이 엄청난건 아니였는데 재료 본연의 맛을 잘 살리고 맛도 괜찮아서 매니아층도 있었지.

그래서 서울에 분점을 낸거야.

광고도 많이 하고 인테리어도 살짝 보여주니 오픈하면 사먹겠다고 줄선 사람이 500만이나 몰려 들었지.

주인장은 흥분해서 여기저기 인터뷰도 했어.

"음식 본연의 맛을 해치는 화학조미료는 넣지 않겠습니다" "아들에게 부끄러운 음식을 만들지 않겠습니다" 

오픈을 했어. 반응 좋았지. 서로들 돈들고 줄서가며 좋은 자리에서 먼저 먹겠다고 난리도 아니었지.

주변에도 맛집이 있었지만 인테리어와 뷰가 너무 좋아서 손님들 발길은 끊이지 않았어.

이대로 남들과 차별화된 맛집이 되었으면 좋으련만 이제부터 주인장이 돈맛을 본거야.

인기있는 메뉴에 사이드메뉴 끼워팔고, 조금씩 음식값도 올리고, 비싼재료 빼고 싼재료 쓰고...

이렇게 운영하다 보니 사람이 조금씩 빠져나가기 시작했어.

그때부터 화학조미료를 만들어 미친듯이 쓰기 시작한거지.

먹으면 뭔가 아쉬운 맛인데, 신메뉴라고 출시하면 속는셈치고 또먹게 만들면서 계속해서 화학 조미료를 마구마구 쓰는거야

이제 미식가들은 다 떠나고 주인장이 만든 화학조미료에 길들여진 미각좀비들만 찾는 식당이 됐어.

그래서 주인장은 결심했지. 다른 식당을 차리자고.

얼마 남지 않은 고객들의 주머니를 탈탈 털어 옆동네에 새로운 식당을 다시 차려 보자고.

음식값은 오르고 음식맛은 없어지고 인테리어는 낡아가고.....

이제 이 음식점은 미각을 잃은 고인물들만 찾는 곳이 되서 곧 황폐해질거야.

그렇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