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사랑받던 고운 눈, 파란 눈, 까만 눈, 무수한 눈들이 새벽빛을 보았다.
이제 그 눈들은 무덤 깊이 잠들었지만, 태양은 여전히 솟아오른다.
낮보다 더욱 다정한 밤들이, 무수한 눈들을 호렸었다.
별들은 지금도 밤 하늘에 반짝이지만, 눈들은 어둠에 가득 차 있다.
오! 그 많은 눈들이 멀었다니, 아무래도 믿어지지 않을 일!
그 눈들은 다만 그 어느 딴 곳 안 보이는 세계로 돌려졌겠지.
그래서 지는 별들이 우리의 눈을 떠나서도 그냥 하늘에 머무르듯이,
눈동자들도 비록 어딘가로 져갔으나, 죽었다는 건 아무래도 거짓말.
사랑받던 고운 눈, 파란 눈, 까만 눈, 감겨진 눈들이 지금도 사뭇,
무덤 저쪽에서 그지없이 큰 새벽빛에 다시 떠서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