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검은사막 모바일 내 마련된 피서지 '테르미안 해변'. (펄어비스 제공) © 뉴스1 |
텐센트가 펄어비스 '검은사막 모바일' 퍼블리싱을 공식화했다. 지난 2016년 고고도미사일방어(사드) 체계에 대한 보복 조치로 중국 내 한한령(중국 내 한류 금지령)이 확산되면서 국산 게임 퍼블리싱(배급)에 소극적인 입장을 취한 텐센트의 이례적 조치다.
넥슨 '던전앤파이터(던파) 모바일' 출시가 1년 이상 미뤄진 시점에서 텐센트가 펄어비스를 선택한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업계에선 펄어비스가 'K-게임'을 대표하는 '3N'(넥슨, 넷마블, 엔씨소프트)에 포함되지 않아 중국 정부의 시선에서 다소 자유로운 것이 주된 이유가 됐다는 분석이다.
◇'검은사막 모바일' 中 퍼블리싱 맡은 텐센트'검은사막 모바일' 중국 퍼블리셔 아이드림스카이는 지난 27일 '검은사막 모바일 발표회'를 통해 "텐센트와 검은사막 모바일 공동 퍼블리싱을 진행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검은사막 모바일'은 글로벌에서 큰 인기를 얻고 있는 PC 원작 '검은사막'을 모바일로 재해석한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이다. 자체 게임엔진으로 만든 그래픽과 액션성을 극대화한 타격감, 수준 높은 커스터마이징 등 높은 게임성을 인정받아 2018년 대한민국 게임대상 6관왕을 수상했다. 현재 150여개국 12개 언어로 서비스되고 있다.
'검은사막 모바일'의 중국 서비스가 가능하게 된 건, 지난 6월 중국 정부로부터 판호를 획득하면서다. 판호는 중국 정부가 게임, 서적 등 '출판물'에 사업 허가를 내주는 일종의 고유번호다. 이 번호가 있어야만 중국 현지에서 매출을 내며 서비스할 수 있다.
'검은사막 모바일' 판호 발급은 아이드림스카이를 통해 이뤄졌다. 아이드림스카이는 국내에선 생소한 회사지만 중국 내 시장점유율 23%를 갖고있는 모바일 게임 퍼블리셔다.
앞서 투자 업계에선 텐센트와 아이드림스카이의 지분 관계 등을 이유로 "텐센트가 '검은사막 모바일' 퍼블리싱에 관여할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2020년 아이드림스카이 재무보고서에 따르면 텐센트는 아이드림스카이 지분 18%를 보유한 주요 주주다.
'검은사막 모바일' 중국 사전 등록 방식이 '공식 홈페이지'와 메신저 '위챗', '모바일 QQ', '텐센트 뉴스' 등을 통해 이뤄진다는 소식이 전해지며 이러한 주장에 힘이 실렸다. 위챗, 모바일QQ, 텐센트 뉴스 모두 텐센트의 서비스다.
실제 지난 27일 오후 아이드림스카이는 게임 발표회를 통해 텐센트와의 공동 퍼블리싱 소식을 전했다. 펄어비스 측은 "(아이드림스카이와 텐센트의) 공동 퍼블리싱으로 중국에서 안정적이고 원활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다양한 혜택도 늘릴 예정이다"고 설명했다.
◇넥슨 '던파M' 대신 펄어비스 '검사M'택한 텐센트, 왜?'검은사막 모바일'이 주목을 받으면서 넥슨의 '던파 모바일'도 덩달아 시선이 쏠린다.
앞서 텐센트는 지난해 8월 넥슨 역할수행게임(RPG) 던파 모바일 출시를 예고했지만, '게임 내 과몰입 방지 시스템에 대한 업그레이드가 필요하다'는 이유로 1년 넘게 서비스가 보류된 상태다.
게임업계에선 텐센트가 국내 게임을 연달아 출시할 경우, 중국 정부로부터 압박을 받을 수 있어 위험부담이 있는 '던파 모바일' 대신 '검은사막 모바일'을 택했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사업적 요소'뿐 아니라 '정치적 요소'가 고려된 결단이라는 것.
 |
펄어비스, '검은사막 모바일' 중국 서비스 사전 등록 시작 (펄어비스 제공) © 뉴스1 |
중국 음상·디지털 출판협회 게임위원회에 따르면 중국 모바일 게임의 영업매출은 지난해 12월 기준 전체 게임 시장의 75.24%를 차지하고 있다. 올해 모바일 게임 시장규모는 전년(1850억3000만위안) 대비 9% 증가한 2021억1000만위안(약 36조4363억원)으로 추정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모바일 게임시장이 급속도로 성장하면서 텐센트를 포함한 중국 게임사는 기존 IP를 활용하거나 새로운 IP를 창작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한 상태다.
이 과정에서 텐센트는 자연스레 '검은사막' IP에 주목했을 것으로 보인다. 검은사막 모바일은 한국, 일본, 대만, 홍콩, 마카오 등 아시아 국가에서 모두 흥행에 성공한 데다, 중국 게임 이용자 사이에서 장기간 기대순위 최상위에 이름을 올리고 있기 때문이다.
아이드림스카이는 텐센트비디오에 마련한 '검은사막 모바일' 발표회 페이지를 통해 "한국 게임사 펄어비스가 개발한 검은사막 모바일은 전 세계 시장을 풍미한 MMORPG"라며 이례적으로 국내 게임사를 언급하며 치켜세우기도 했다.
아울러 펄어비스가 '3N'과 비교해 인지도가 낮아 중국 정부의 시선으로부터 자유롭다는 점도 '던파모바일'가 뒷순위로 밀린 이유가 된다는 분석이다. 나아가 텐센트는 아이드림스카이와 '공동' 퍼블리싱을 통해 펄어비스에 지급되는 로열티 금액을 양분하며 중국 정부의 마찰을 줄이는 방법을 택했다.
익명을 요구한 국내 게임업계 관계자는 "텐센트가 지분관계 없는 게임사(펄어비스)의 게임을 퍼블리싱하는 건 흔치 않은 일"이라며 "텐센트가 당국과 어느 정도 합의를 보고 내린 결정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3N은 한국을 대표하는 게임사로, 텐센트 입장에선 이들의 게임을 퍼블리싱하는 것에 대한 정치적 불안감이 있었을 것"이라며 "펄어비스는 국내 대표 게임주자로 구분되지 않아 정치적 부담감이 적다. 텐센트가 넥슨과 손을 잡았다면 한한령의 해빙 무드가 조성됐다 볼 수 있지만 현재로선 한한령은 존재한다고 봐야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중국 '검은사막 모바일' 4분기 출시될 전망이다. 텐센트·아이드림스카이는 지난 27일 사전등록을 개시했다.
강석오 흥국증권 연구원은 "지난 2월 외자판호가 발급된 '이브 에코스'가 6개월 만에 출시된 것과 과거 중국 시장 대작들의 사전등록 기간을 고려하면 '검은사막 모바일'은 올해 12월에 출시 가능할 것으로 전망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