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 동방의 끝, 우거진 산림 속에 맹수가 도사리는 거대한 해모섬에서
짐승의 손에 자라난 소녀가 있었습니다.
이후 휴식을 위해 신수인 흑랑과 함께 해모섬을 찾은 신선 '휘사'가
들짐승과 다름없이 자란 소녀를 보고 기이하게 여겨 제자로 거두었고
짐승들과 함께 자라온 소녀는 흑랑의 매서운 생김새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친구처럼 지냅니다.
그리고 신선의 가르침이 빠르게 받아들여 나갔습니다.
그러나 소녀는 점점 성장해가면서 자신이 누구인지에 대한 의문을 갖게 됩니다.
스승 몰래 인간 세상에 발을 들여 정보를 수집한 소녀는
몇 년이 걸려서야 자신의 정체가 무엇인지를 알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 결과는 그리 반가운 것은 아니었습니다.
쇠락해가는 왕국에 반정이 일어나 왕가가 몰살당했는데,
소녀는 왕비의 시녀 중 하나가 가까스로 구해낸 막내 공주였던 것입니다.
모든 것을 알아낸 소녀가 다시 해모섬으로 돌아왔을 때에 그곳은 피비린내가 진동하고 있었습니다.
스승 '휘사'의 죽음에 안타까워하며 소녀는 이 나라에서는 더 이상 살 수 없음을 깨닫고
새끼 흑랑과 함께 먼 나라로 떠나기로 결심합니다.
그리고 떠나기 전, 휘사의 무덤에 그녀가 가장 아끼던 하늘봉을 걸어두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