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 동방 저잣거리에 싸움 실력으로 유명한 소녀 왈패가 있었습니다.
그 재능을 눈여겨본 한 무관이 그녀를 양녀로 들였고
소녀는 이 가문에서 원래 귀족의 영애였던 것처럼 총명하고 기품있게 자랐습니다.
그러나 양녀였던 그녀는 아무리 총명해도 과거에 응시할 수 없었으며
화선곡에 입문해 화선이 될 수밖에 없었습니다.
화선곡은 겨우내 매화가 흐드러지게 피는 계곡의 이름이자, 동시에 청년 무예 조직의 이름입니다.
소녀는 수련을 시작한 지 일 년 뒤, 화선곡의 우두머리 '매화'에 선발되었고
그렇게 목표를 이뤄 날아갈 듯 기뻐하는 소녀에게 한 노파가 찾아왔습니다.
노파는 소녀에게 믿기 어려운 이야기를 들려주었습니다.
경지에 오른 화선이 휘두르는 창엔 만년설처럼 차갑고 아름다운 불꽃 '화월'이 일렁이며,
화월이 함께하는 창으로 이길 수 없는 상대는 없다는 이야기였습니다.
소녀가 화선곡에 들어온 지 세 해가 지나, 온 대륙에 전쟁의 광기가 다시 한 번 휘몰아쳤습니다.
전쟁이 종료된 다음 달, 최연소이자 최초의 매화 출신으로 꿈에 그리던 화선 곡주가 되었습니다.
소녀는 이전에 노파에게 들었던 화월 비급을 찾아 화선곡 깊은 동굴로 들어갔습니다.
그곳에는 낡은 창 한 자루와 비급이 놓여있었습니다.
그러나 다섯 해 동안 비급을 수련해도 그녀의 창에는 화월이 일렁이지 않았습니다.
피폐한 몰골로 악몽에 시달린 그녀는 다시 동굴로 찾아갔습니다.
그곳에는 노파가 기다리고 있었으며, 노파는 스스로를 화선곡을 창설한 비화선이라고 소개했습니다.
노파와 밤새 결투를 진행한 끝에 소녀는 패배했고, 따끔한 질책과 가르침을 받았습니다.
결투 후 비화선과 소녀는 밤 새 대화했고 다음 날, 소녀는 곡주의 지위를 내려놓았습니다.
그리고 가슴에 화월비급과 비화선의 가르침만을 품을 채 여정을 떠났습니다.
"끊임없이 비우고 채우거라.
그러다 네 그릇이 껍질을 깨는 날, 화월이 네 부름에 응답하리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