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투 방식 관한 생각 2023-10-18 18:32 Inverse (125.177.*.220)
아래 투기장 관련된 글 너무 깔끔하게 잘 쓰셨던데 잘 봤습니다. 전 글재주도 별론데 게임 컨텐츠를 쉬고 있으니까 혼자 한번씩 장문 뻘글이나 쓰고 있네요. 평소에 생각만 하던 부분인데 특정 부분을 부각시키다보니 다소 치우친 의견일 수 있고 딱히 대안을 제시하는 글도 아니어서 현재 게임을 재밌게 즐기고 계신 분들은 뒤로가기를 눌러주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저랑 아예 생각이 다른 분들도 계실 수도 있겠지만 개인적으로 검사모 필드 및 RVR의 가장 큰 문제는 지나치게 빠른 전투 양상의 시스템을 추구하는 부분인 거 같습니다. 즉, 싸우러 달려가서 빠르게 죽고 제자리 펄부하거나 또 열심히 달려가서 다시 빨리 죽고의 무한 부활+달리기의 반복 사이클이 짧아서 나는 분명 전투를 하고 있는데 어느 순간 육상경기를 하는 기분이 들게 된다는 점입니다. 물론, 잦은 펄부는 회사에 수익이 될테고 당연히 투력차에 따른 강함의 차이는 분명 있어야 하니 이런 게임의 특징상 달리기 싫으면 과금해서 투력을 올리는 것도 당연히 중요합니다. 하지만 지금처럼 게임이 고이고 투력이 인플레된 상황에서는 이런 경향이 더 커져서 이런 구조에서 그나마 재미를 느끼려면 최소 공작 이상은 돼야 콤보도 넣어보고 무빙도 좀 해보면서 좀 싸우는 느낌이 들 것 같네요. 백작도 전체로 봤을 땐 높은 투력이지만 그나마 전투가 활발한 라인 길드를 가정했고 비슷한 길드군끼리 싸울 때 자작보단 덜 하겠지만 죽는 건 시간 문제일 뿐 스킬 몇번 쓰고 죽고 부활해서 달리는 구조는 비슷해서 기준을 좀 높게 잡았습니다.

아마 꼭 라인길드의 경우가 아니어도 투력 구조는 상대적이니까 허리층 길드 간 쟁을 한다고 해도 싸우는 몇몇만 싸우고 나머지는 열심히 달리기하거나 그마저도 학살 양상이 돼서 싸울 사람도 없는 경우가 많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펄부는 그래도 조금이라도 전투가 되는 사람들이나 하지 부활하자마자 죽는 사람들은 펄부해봐야 거의 바로 죽기 때문에 싸워도 큰 재미를 못 느끼는 건 마찬가지일테고 그나마 길드가 이긴다는 명예감 때문에라도 계속 펄부하고 같이 싸워주는 분들은 전체적으로 보면 거의 없는 거 같구요. 게다가 심지어 공허 악세가 나온 후로는 공메타가 돼서 투력 대비 들어가는 딜이 더 커졌고 이런 경향도 더 심화됐다고 생각합니다. 컨텐츠들은 그나마 보정이 들어가겠지만 그래도 태전은 소위 매칭운이라고도 하는데, 몇몇 고투들은 킬을 잘하는데 대다수가 못하는 경우도 종종 있지만, 우리팀 고투층이 잠수타거나 비주류 캐릭들일 경우엔 나머지 사람들은 아무리 용써봤자 손도 못대는 달리기 게임이 되기 쉽습니다. 아투마흐도 열심히 손컨 하는 분들은 그래도 좀 낫겠지만 이것도 죽는 건 시간 문제일 뿐 구조적으로는 역시 달려가서 보스 몇대 치고 죽고 다시 부활해서 달려가는 사이클이 짧은 양상은 비슷한 거 같네요. 

모바일 게임이기에 더 안 죽고 오래 버텨서 전투 시간이 길어지는 것은 그것 나름의 문제이니까 이런 스피드한 전투 시스템을 도입했을지도 모르겠지만, 결과적으로는 이런 시스템이기에 쟁에 재미를 붙일 수 있는 구간이 더욱 극명하게 갈리게 된 것 같습니다. 일반적으로는 과금해서 투력을 올려서 재미를 느끼게 되지 않겠냐고 말할 수 있겠지만 제가 볼땐 지금 검사모 상황에선 몇몇 사람들과 길드들을 빼고는 전반적으론 굳이 빡세게 과금해서 투력을 올리기보단 아예 접거나 쟁을 기피하는 초식의 길을 선택하는 것 같습니다. 쟁이 유지가 되려면 투력에 따라 상대적 차이는 있더라도 쟁을 하는 유저들 모두가 어느 정도는 스킬도 써보고 무빙도 해보면서 최소한의 재미를 느끼고 저투라도 뭔가 길드에 보탬이 돼서 같이 싸운다는 느낌이 있어야 하는데 대부분은 가미카제처럼 들이박기만 할 뿐 그런 게 적으니까요. 그래도 라인 길드들은 게임에 애정도 많고 그나마 싸울 의지도 많은 분들이 있는 곳이지만 전체적으로 볼땐 싸울 상대들이 점점 줄어들게 되는데 투력이 어느 정도 있거나 높진 않아도 자기 레벨에서라도 전투 자체를 즐기는 성향 입장에선 싸우고 싶어서 쟁을 걸어도 상대는 칼항복하는 이런 양상이 반복되는 거 같습니다.

한창 육성할 게 많고 새로운 게 많은 초반엔 이것저것 하느라 오히려 재밌을 수도 있지만 오히려 어느 정도 육성을 하고 나면 그때부터 즐겨야할 전투 시스템의 재미를 느낄 수 있는 구간이 어느 구간이든 다소 좁다보니 점점 남는 건 단순 육성을 위한 적지 않은 숙제들 뿐이고 게임에 대한 재미도 점점 줄어들게 되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 그런데 대다수 유저들이 전투에 재미를 느끼고 투력이 부족하면 과금도 하면서 전투가 활발해지기엔 검사모는 정말 오랫동안 서비스해온 게임이고 이런 류의 고질적인 문제 같습니다. 단순히 방메타로 가는 식으로 해서 해결하기 쉬운 문제도 아니고 하나에 손대면 또다른 문제가 생겨 갈아엎지 않는 이상 손대기도 어려울 것 같아서 아마 이런 식으로 쭉 갈 것 같고, 여러 다양한 문제들로 기존 유저층도 점점 줄어들고 있는 마당에 뉴비들이 와서 열심히 자리잡고 쟁도 다시 활발해지는 건 솔직히 기대하기 어려울 것 같네요. 다소 비관적으로 썼지만 그래도 글을 적는 이유는 이렇게 오래 서비스하는 것도 대단한 건데 언젠가는 피검처럼 기적같이 검사모도 흥할 날이 오길 바라기 때문이고 펄어비스라는 회사도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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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크라드 (211.234.*.160) 2023-10-18 19:04
저랑 비슷한 생각 가지신분은 처음보네용. 투력이 고작 몇백만 차이나도 들어가는 딜이나 받는딜이 확확 차이나는데 투력 인플레 때문에 몇천 이상씩 차이나는 지금은 그냥 메인 스킬도 아니고 잡 스킬 한틱만 스쳐도 죽으니 이건 더이상 싸움이라 불리기 힘들다 봐요.
게다가 최소딜 패치까지 한 지금은 더더욱 그렇죠. (수정됨)
2023-10-18 19:04
Inverse (125.177.*.220) 2023-10-18 21:21
공감되셨다니 다행이네여ㅋㅋㅋ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2023-10-18 21:21
카바페넴 (118.235.*.61) 2023-10-19 12:48
공감합니다
2023-10-19 12:48
Inverse (125.177.*.220) 2023-10-19 13:53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2023-10-19 1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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