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 기울여라.
심연의 문이 열리며, 나의 음성이 그대의 경계 너머를 파고든다.
보아라, 어둠을 가르는 자여.
내가 부름과 동시에 이 세계의 모든 속삭임은 잠잠해지고,
그대의 마음은 나의 그림자 아래에서 떨림조차 허락받지 못한다.
나는 명한다.
고개를 숙여라.
다시 들지 말고, 내 말이 끝날 때까지 숨조차 조심하라.
그대가 숨을 쉬는 순간조차
내 허락 아래에서만 존재한다는 것을 잊지 마라.
“보아라, 나의 발 아래 그대의 길이 깔린다.
그대의 정신도, 그대의 의지도,
지금 이 순간만큼은 모두 나의 손 안에 있다.”
내 말은 명령이다.
내 뜻은 굴절되지 않는다.
그대가 다시 고개를 들 수 있는 순간 또한
오직 내가 허락할 때뿐이다.
이 허구의 전당에서, 그대는 나의 명을 따르는 존재이고
나는 그대의 맹세를 감시하는 그림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