펄어비스가 개최한 첫 공식 대회 카르케야 쇼다운이 마무리되었습니다. 라모네스에 이어 카르케야까지 석권한 '천하무적' 혜잔느님께 축하를 보내며 몇 가지 느낀 점들을 써볼까 합니다.
일단 이번 대회는 나름 선방한 편이라고 봅니다. 라모네스도 그렇고 카르케야 쇼다운도 1000~1200명 정도의 유튜브 동접자를 꾸준히 유지했는데요. 5년차를 향해가는 모바일 게임 대회 치고 꽤 높은 숫자가 아닌가 합니다. 상금 규모를 늘리고 네임드들이 더 많이 출전한다면 훨씬 높은 시청 스코어를 거둘거라 봅니다. 아마 펄어비스 내부에서도 그리 판단했겠지요.
8강 진출 대진도 굉장히 흥미로웠습니다. 야차, 노바, 솔라와 같이 사기 클래스들이 독식할거라는 예상을 깨고 리퍼, 버서커, 도제(!)와 같은 상대적 약캐들이 한 자리씩 차지했지요. 물론 '어우야(어차피 우승은 야차)'이긴 했지만 약캐들의 활약에 보는 맛이 있었습니다. 리퍼로 준우승한 지즈님에게도 축하를 보냅니다.
대회가 끝났으니 결산을 해야겠죠. 미진한 점은 무엇이었는지 파악해야 추후 보다 개선된 대회를 열 수 있을테니까요.
*밸런스
밸런스 조절이야말로 결국 알파요 오메가입니다. 펄어비스가 꾸준히 1~2주에 걸쳐 조정하고 있습니다만 더욱 분발해주셨으면 합니다. 특히 카르케야가 필드와는 별도의 슈아룰을 갖고 있으니 이 점을 고려해 세밀히 조율해 주세요.
필드 강캐인 노바, 솔라리스가 저번 패치로 투기장까지 강캐 반열에 올랐는데요. 혹자는 '필드도 강한데 투기장도 강하면 어떻게 하냐'고 하는데, 개인적으로는 37개 클래스 모두 필드에 나름의 쓰임이 있고 투기장은 모두가 강해야 한다고 보는 편입니다. 노바, 솔라의 사례처럼 똥통에서 구르고 있는 다른 약캐들도 이제 똥통에서 빠져나올 때가 되었습니다.
심하면 9대1까지 나오는 밸런스 구도도 바꿔야 합니다. 잡기에 취약한 클래스에는 적절한 잡불을, 전방가드를 전혀 못깨는 클래스는 최소 전가 파훼 능력을 1개 부여함으로써 일방적으로 터지는 건 막아야 합니다.
*토너먼트룰 개선
이번 대회 대진표를 보니 누구는 예선 1차전부터 하고 누구는 예선 2차전부터 시작하더군요. 참가자 수가 많고 대진을 랜덤하게 짜다보니 발생한 문제 같은데 분명 개선이 필요해 보입니다. 형평성 문제가 불거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실제 포럼에서도 이러한 점을 지적하는 사람들도 꽤 있었고요.
8강 본선에서는 더블 엘리미네이션 토너먼트를 도입하는 건 어떨까 건의해 봅니다. 이 경우 쟁쟁한 예선을 뚫고 올라온 선수들이 비록 본선 첫 경기에서는 패배하더라도 한 번 더 기회를 줌으로써 재기할 발판을 마련해줄 수 있지요. 시청자들도 자신이 응원하는 선수를 한번 더 볼 수 있고요.
아울러 전에도 언급한 3개 클래스 엔트리 제출 의견도 다시 올립니다. 37개나 되는 클래스의 밸런스가 완벽히 잡히지도 않은 상태에서 단일 클래스로만 토너먼트를 뚫고 올라오라는 건 너무 가혹합니다. 본선 진출자에 한해 8강과 4강, 결승에서 각각 1회씩 엔트리 내 클래스 변경을 가능하게 한다면 훨씬 긴장감 넘치는 경기가 되었을 겁니다. 만약 이번 대회 결승에서 클래스 변경이 가능했으면 4대0의 일방적인 결과는 절대 나오지 않았을 거라 확신합니다.
*카르케야 순위 제공
카르케야 순위를 제공해야 할 이유가 이번 대회를 통해 분명히 드러났습니다. 우승자 예측 이벤트에 참가한 사람들 중 꽤 많은 사람들이 '도대체 누굴 뽑냐'라는 말씀들을 많이 했는데요. 예선 경기를 본 거도 아니고 그렇다고 카르케야 순위표가 있는거도 아니니 볼멘 소리가 나올 수밖에 없는건 당연합니다. 펄어비스가 8강 진출자들의 4, 5월 카르케야 점수표를 제공하긴 했으나 그건 말그대로 점수일뿐 순위가 아니라서 가늠하기도 어렵습니다.
만약 펄어비스가 고집을 꺾고 카르케야 순위를 제공한다면 훨씬 재미도 더할 겁니다. 피파 랭킹 1위인 브라질이 과연 이번 카타르 월드컵에서 우승할까? 피파 랭킹 29위인 한국은 16강에 오를 수 있을까? 개발자님들도 이런 생각 하셨을거 아닙니까. 카르케야 순위는 참가 선수들의 실력 수준을 경기 전 미리 가늠하게 해주는 척도입니다.
카르케야 순위를 근거로 대진 편성 단계에서 시드 배정을 할 수도 있습니다. 이번 대회 예선에서 광탈하는 이변을 보인 고수들이 많았는데요. 카르케야 순위 순서대로 A조, B조, C조로 시드 배정을 하고 나머지는 랜덤하게 배정하면 우승 후보와 우승 후보가 예선에서 만나 한쪽이 광탈하는 참사는 막을 수 있습니다. 빅매치는 예선이 아니라 본선에서 벌어져야 맞는거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