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초령이 시끌시끌합니다. 우사 때처럼 초령 때문에 포럼이 들끓을듯 한데요. 지난주 처음 등장했을 때도 첫인상이 그랬습니다만 아니나다를까 초령은 소낙비로 무장한 우사 시즌2가 생각날 만큼 투기장 개사기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습니다. 특히 9.19 패치를 기해 공속이 상향됐음에도 꽃물림과 꽃부름만으로 '풀슈아 유지'가 가능해 지탄을 받고 있지요.

초령은 그간 지켜온 투기장의 근간을 뒤흔들었습니다. 펄어비스는 투기장에 한해 오직 스킬 3개만 슈아가 적용되도록 바꾸었습니다. 의도가 무엇이겠습니까? 투기장에서는 풀슈아 유지가 안되니 비는 틈을 이용해 공략하라는 거지요. 아무리 괴랄한 딜캐가 나와도, 막강한 슈아 유지력을 보유한 클래스가 등장해도 '풀슈아 유지'가 되는 클래스는 그간 나오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펄어비스가 초령으로 자신들이 이어온 룰을 깬 겁니다.

현재 투기장에서 초령을 상대하려면 잡기 또는 확정적으로 전가 깨기 스킬을 보유해야 한다는 요구 조건이 붙습니다. 초령이 잡불은 없지만 '풀슈아 유지'가 되는 까닭에 상대가 일단 붙기만 하면 회피로 빼주고 꽃물림이나 꽃부름을 쓰는 식으로 운영하면 됩니다. 저 두개가 모두 없는 클래스라면? 그야말로 벽이 무엇인지 여실히 체감하게 됩니다. 직접 초령을 해보면서도 헛웃음이 나오더군요. 과연 이게 맞나 하고요.

일반 투기장에서도 이런데 하물며 투력 평준화가 되지 않는 랭킹전에서 만나는 초령은 악몽이 될 겁니다. 예전에는 직업 상성에 따라 저투력이 고투력을 이기는게 가능했습니다. 하지만 멀리서 꽃만 날려대는 고투력 초령을 이길 각이 나올까요? 전혀 아니라고 봅니다.

필드에까지 영향이 가는 '너프'를 해달라는 뜻은 아닙니다. 투기장 한정 '풀슈아 유지'를 하향시킬 수 있는 좋은 방법이 있습니다. 그건 바로 투기장 슈아기 배분을 바꾸는 겁니다. 꽃부름이나 꽃물림 중 하나의 투기장 슈아기를 다른 단일 사용 스킬로 옮기면 투기장에서의 '풀슈아 유지'라는 부조리는 바로 해결됩니다. 앞서 해적의 곡예에 부여된 투기장 슈아기를 파도 타기로 옮긴 커세어라는 전례도 있습니다.

펄어비스가 투기장을 완전 손놔버렸다는 걸 잘 알고 있습니다. 극소수의 유저만 투기장을 붙잡고 있다는 거도 잘 압니다. 하지만 여전히 애정을 갖고 끝물의 투기장을 플레이하는 유저들도 있다는 걸 펄어비스가 깨달았으면 합니다. 어차피 투기장은 대부분 관심 없으니 투기장 슈아기만 재배분하는 원 포인트 패치를 진행해도 필드에서는 전혀 아무런 영향이 없습니다. 아니면 다시 예전처럼 투기장도 필드룰로 전면 개편하던가요. 제발 기준을 정했으면 지킵시다.

*지금 투기장에서 첫 70레벨 버프는 정상으로 써지는데 쿨이 돌아온 두 번째 70레벨 버프는 씹히는 현상이 몇주째 고쳐지지 않고 있습니다. 펄어비스가 조속히 수정해 줬으면 합니다. 설마 원인을 못찾고 있는 건가요? 아니면 아무도 안하는 투기장이라서 그냥 손을 놓은 건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