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현 시점에서 밸런스에 가장 악영향을 미치는 요소라고 개인적으로 생각했던 부분은 잡기가 아닌 전방 가드 후방 슈퍼 아머("전가후슈") 등입니다. 그런데 방송에서 갑자기 잡기 얘기가 나오더니 어지러운 실시간 채팅과 함께 배가 산으로 가면서 전가후슈 얘기는 제대로 언급도 안 되고 흐지부지되던 모습을 기억합니다. 대충 잡기 뿐만 아니라 전가후슈 등 여러 요소를 조정하겠다고 하신 것 같은데 일단은 전가후슈 등 관련해서도 별도의 계획이 있다고 이해하고 여기서는 잡기 불가에 대해서만 얘기해 보려고 합니다.
2. 잡기 관련해서 기술 시전 도중 잡히면 애니메이션이 부자연스러운 경우 잡기 불가 효과 부여가 불가피하다는 식으로 말씀하셨던 것 같은데요, 이는 당연한 얘기고 결국 잡기 관련한 밸런스 측면에서의 쟁점은 특정 클래스가 잡기 불가 효과를 지나치게 많이 보유하고 있는 경우에 대한 것입니다. 앞서 말한 애니메이션 문제와 엮어서 생각하면 지금처럼 닥치는 대로 잡기 불가 효과를 제거하는 것이 아닌, 불가피한 것들은 유지하는 기준에서 과한 클래스는 효과를 제거하고 부족한 클래스는 추가하는 것이 맞다고 봅니다.
연속 잡기 면역 추가를 고려하면 다수전을 고려해서 최대한 기존의 잡기 불가 효과를 줄여야 한다는 생각도 가능하지만 그러기에는 앞서 말한 애니메이션에 의한 잡기 불가 효과의 존재 때문에 평준화가 안 되는 상황입니다. 일부는 잡히면 애니메이션이 자연스러운 기술만 보유하고 있어서 잡기에 더욱 취약해도 되고, 반대로 일부는 날아다녀서 잡힐 수는 없다는 식이면 밸런스가 맞을 리가 없습니다. 연속 잡기 면역 때문에 불평등이 강요된다면 연속 잡기 면역을 추가하지 않는 것이 맞습니다. 애초에 연속 잡기는 그다지 중요한 사안이 아니었던 걸로 아는데 오늘 패치로 인해 밸런스는 무시되고 잡기 클래스의 메리트만 상대적으로 커진 것 같습니다. 소수전에서 특히 그렇습니다.
이런 세부적인 요소에 주의를 빼앗겨서 왜 잡기 얘기가 나왔는지조차 망각할 수 있다고 봅니다.
3. 잡기는 잡기 자체가 아니라 과거 도사, 아스케아, 설화 등 일부 잡기 불가 클래스의 상대적으로 지나친 효과 적용 때문에 거론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잡기 불가가 문제면 문제가 되는 시점에 해당 클래스를 조정하는 것으로 해결하는 것이 정답입니다. 직접적인 조정은 미루고 미루다가 이제서야 모든 클래스를 대상으로 형평성을 형식적으로 맞추려 하는데 클래스 이해도가 부족하면 제대로 패치가 될 리가 없습니다. 도대체 누구 눈치를 보느라 문제를 적시에 해결하지 못하고 매번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는 커녕 외양간을 뒤집어 놓으시는 건가요?
4. 최근 개별 클래스 파악이 잘 됐다고 보기는 어려운 수준의 패치가 계속되고 있는데요, 중첩된 기술 특성은 무시하고 그 중 하나만으로 단순화시켜서 패치를 진행하니 그런 면이 더 부각되는 것 같습니다. 잡기 불가를 예시로 들자면 단순히 잡기 불가 효과 자체로 의미를 갖는 상황은 잡히지 않기만 하면 되는 경우인데 현실적으로는 게임이 그렇지가 않습니다. 다음과 같은 가상의 기술을 생각해 볼까요?
기술: 고집부리기
최대 사용 횟수 1회, 재사용 대기 시간 6초
최대 1타격, PvE 피해 4000%, PvP 피해 2000%
기술 사용 중 슈퍼 아머, 잡기 불가
상태 이상 효과 없음, 기술 사용 취소 불가
애니메이션: 6초간 제자리에 정지
무한으로 잡기 불가 상태를 유지할 수 있는 사기 기술일까요? PvP, PvE 어디서도 사용할 수 없는 쓰레기 기술입니다. 잡지만 못할 뿐이지 시전하는 순간 6초 동안 완벽한 샌드백이 탄생합니다. 잡기 불가 효과와 최대의 시너지를 내는 기술 특성은 1) 상태 이상을 동반한 높은 타격 횟수 2) 자신의 캐릭터가 적을 관통 3) 피해 감소, 무적, 전가후슈 등 상대방의 공격을 무효화시키는 가드 타입 등입니다. 모든 기술이 그렇듯 여기서 기술 피해량까지 높으면 금상첨화입니다. 1은 소수전에서 적이 잡기 시도에 실패하여 면역이 비는 구간(*)에 역으로 상태 이상을 거는 조건이고, 2는 적에게 근접하여 (*)의 시간을 늘리거나 적이 잡으러 오지 않고 중거리에서 전방 가드 등으로 피해를 방어하는 것을 막는 등의 조건이며, 3은 2에 의해 근거리에서 적에게 피해를 입는 것을 방지하는 조건입니다. (소수전에 비해 다수전에서 1은 체감이 적습니다.) 세 조건 모두를 만족시키는 기술의 예시는 과거 '설화만리향', 여기서 3번이 빠지면 '붉은 달', 추가로 1번이 빠지면 '검은 달빛' 등입니다. 잡기 불가 기술이라고 다 같은 효율이 아닙니다. 위 세 조건 중 어느 하나도 만족시키지 못한 채 잡기 불가만 부여된 기술도 있습니다. 방송에서도 언급하신 모으기 동작 중 잡기 불가 효과는 공격보다 방어를 위한 것이고, 보통 '태극'이 껄끄럽다고 느끼는 이유는 잡기 불가 뿐만 아니라 전가후슈까지 있어서 방어 성능이 확실하기 때문이지 모으기 중 잡기 불가가 있다고 다 '태극'인 게 아닙니다.
4. 잡기 불가 개수만 맞춘다고 끝이 아닙니다. 위 문단에서 언급한 조건과 재사용 대기 시간, 기술 사용 중 잡기 불가 효과 적용 시간 등을 모두 고려해야 실질적인 성능이 잡힙니다. 개수'만' 평준화하면 될 것이라는 생각은 항상 그래왔듯 망상입니다. 수라를 예시로 들어볼까요?
인술 : 검은 달빛, 섬광이 닿은 경계, 섬광포박, 수라일검
잡기 불가 기술이 무려 4개나 있어서 좋아 보인다는 생각은 착각입니다. 1) '인술 : 검은 달빛'은 기술 사용 중간에 피해 감소 효과가 적용되는 0.5초만 잡기 불가입니다. 피해 감소 전후 슈퍼 아머일 때 잡힙니다. 보통 적이 회피가 끝나는 시점에 잡기를 시도한다는 점을 생각하면 기술 사용 초반에 잡기 불가가 없는 기술은 그냥 잡기 불가가 없는 기술입니다. 초반에 잡기 불가 효과가 적용되지 않는 다른 기술로는 '신의 무게추'(이후 무적, 은신, 순간이동), '단죄'(이후 점프)가 있는데 이 중에서도 제자리에서 이동 없이 이런 식으로 효과가 적용되는 기술은 '인술 : 검은 달빛' 말고 없습니다. '인술 : 회전 칼날'이 차라리 착지 때는 잡혀도 점프 중에는 잡히지 않았어서 그나마 나았나 싶어도 기술 사용 중 취소가 안 되는 등 이 전승 기술들은 잡기 불가 측면에서 실효성이 애초에 크지 않았습니다. 2) 라밤 기술인 '섬광이 닿은 경계'의 재사용 대기 시간은 19(16)초, 피해 감소 및 잡기 불가 적용 시간은 약 1.5초, 상태 이상 타격 수는 1회입니다. 재사용 대기 시간이 길어서 의미가 크지 않습니다. 3) 스칼라와 홍련의 라밤 기술을 제외하면 재사용 대기 시간이 15초로 잡기 기술 중 가장 긴 축에 속하는 '섬광포박' 등 잡기 기술의 잡기 시도 중 적용되는 잡기 불가 효과는 그냥 원래부터 다 있었습니다. (참고로 클래스마다 해당 효과 적용 시간이 달라서 잡기 기술에도 우열이 있습니다.) 4) '수라일검'도 마찬가지로 재사용 대기 시간이 18(15)초인 라밤 기술이고 초반 모으기 0.5초 잡기 불가인데 그저 구색 맞추는 용도일 뿐, 잡기 불가 시간 늘리겠다고 패치 전 '멸망의 꿈'처럼 활용하려 해도 정신력 소모 여부로 연계 시간이 달라져서 그렇게 하기 어렵고, 애초에 피해 감소 같은 게 있는 것도 아니니 그러한 시도 자체가 별 의미 없습니다.
위의 4개 기술 잡기 불가 효과 전부 없애고 '그림자 참격'에 잡기 불가 복원하기만 해도 지금보다 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개수 세기는 피상적인 것입니다. 이해도 없이는 우연이 아니고서는 좋은 패치가 나오기 어렵습니다.
시간적으로 여유가 없으면 패치에 신중해야 하는 것인데 그에 대한 기준이 이해도가 아닌 클래스 사용 인구 수에 기반하는 것 같습니다. 인기 클래스는 눈치가 보이면 비인기 클래스도 신경을 써 주셔야 하지 않나 싶은데, 수라는 유저 수가 많지도 않으니 개판으로 패치해도 욕 안 먹겠다 싶어서 '도망자' 효과에 은신 금지 무지성으로 추가하고 지금까지도 나몰라라인 것이 아직까지도 어이가 없습니다.
5. 잡기 불가 효과가 없어도 잡기 기술 판정이 좋지 않은 클래스는 동기화 지연 때문에 이동이 빠른 기술을 잡지 못합니다. 이 부분 때문에 '잡기 불가' 텍스트만으로는 보이지 않는 불평등이 있습니다. '도무'를 제외하더라도 예시가 굉장히 많습니다. 이에 대해서는 어떻게 하실 건지 생각이 있으신가요? (참고로 이러는 와중에도 '그림자 참격'은 역경직 때문에 느려져서 이동 중 잡기 불가 없으면 무조건 잡힙니다.)
6. 도사를 핑계로 잡기 불가를 이런 식으로 패치한 것과 비슷하게 데드아이를 핑계로 전가후슈에 대해서도 똑같이 모든 클래스의 전가후슈를 날려 버리실 건지 궁금합니다. (잡기 불가보다는 영향이 적겠네요.)
유저 개인의 게임 이해도가 낮은 것은 몰라도 개발자의 이해도가 낮아 보이는 상황이 해결되지 못하면 앞으로도 좋은 패치를 기대하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