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검사모에서 리포터 활동을 하고 있는 모험가 루덴쓰입니다.
오늘 이 글을 올림으로 인해 펄어비스와 저의 사이는 이제부터 돌이킬 수 없게 될지도 모르겠습니다.(이미 무과금 플레이로 돌이킬 수 없게 된것 같기도 한데) 그동안 간접적으로 언급해왔던 것과 다르게, 오늘은 업체를 직접적으로 비판하려고 하니까요.
사실 이 글은 지금까지 소재를 정하고, 초안을 작성하고, 그것을 다시 가독성 좋게 다듬어서 올려왔던 그동안의 리포터 도전 글과는 많이 다른 느낌일겁니다.
말 그대로 지금까지 유저로써 지켜봐오며 느꼈던 문제점들을 있는 그대로 적어나가는 글이라서요.
솔직하게 말하자면 이렇게 글을 쓴다고 해도 일개 유저인 저 한명의 의견으로는 그렇게 크게 바뀔 거란 기대가 안 됩니다. 그리고 그것이 첫 번째 문제이죠.
최근 수 년간의 게임업계, 특히 유저들을 대하는 기본 태도는 '소통'이 중심이었습니다. 디렉터들은 이제 단순히 게임을 잘 운영하고 관리하는 것을 넘어 유저들과 소통하며 그들의 이해관계, 요구사항을 이해하고 그것을 게임에 적극적으로 반영하려고 노력해야 합니다. 그러나 검사모는 그러한 영역에서 거의 빵점 수준입니다.
물론 형식적으로야 소통을 하고 있다고 말하고 싶겠죠. 매주 라이브 방송을 켜고, 몇 개월마다 오프라인 행사인 연회를 열어 큰 업데이트 방향성을 공개하고 유저들을 만나는 자리를 갖고 있으니까요. 근데 그 자리에서 진정으로 유저들과 소통을 했다고 말할 수 있을까요? 저는 아니라고 봅니다.
매주 화요일 점검 시간 도중 켜는 라이브 방송 모아시스는 단지 패치노트 읽어주기와 펄어비스의 심기를 건드리지 않는 '건전한' 댓글 리액션 해주기가 전부입니다. CM, 즉 커뮤니티 매니저라는 직함을 갖고 방송을 하고 있다면, 그 직함의 본분에 맞게 업체 내부자로써 실질적으로 게임에 영향을 줄 수 있는 개발진들에게 유저들의 의견을 전달할 수 있는 분위기가 형성되어있고, 그것이 합리적인 내용이라 하면 실제로 게임에 적용하여 게임을 개선할 수 있어야 합니다.
적어도 빈말이나 공수표일지라도 '이 의견은 제가 개발진들분께 전달드리겠습니다' 정도는 말할 수 있어야 한다는 소리죠. 그러나 현재는 유저들이 주장하는 바가 개별 CM들을 넘어 개발진에게까지 실질적으로 전달이 되고 있는지조차 확인할 수 없는 지경입니다. 사실 유저들은 전달이 안 되고 있다 확신마저 갖고 있는 상태고요.
그럼 연회라고 뭐 다를까요? 아니요. 다르지 않습니다. 단지 그 불통의 현장이 온라인에서 오프라인으로 옮겨간 것 뿐이죠. 지난 12월, 검은사막 모바일 리포터로써 연회에 직접 참석하게 되면서 더 확실하게 깨달았습니다. 연회의 내용은 개발자가 일방적으로 계획한 내용을 유저들에게 통보하는 것 뿐이었습니다. (다양한 행사와 이벤트로 참석자들을 즐겁게 해준 것과는 별개로 말이죠.) 마지막 순서에 면피성인지 형식상인지 메모지를 붙여 개발자들에게 질문하고 답변을 듣는 자리가 있기는 했습니다만, 그곳에서도 게임의 핵심적인 문제와 관련된 이야기는 들을 수 없었습니다.
여기는 검사모 포럼이고, 이러한 공간에서 다른 게임 얘기는 가급적이면 안하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이건 비교를 해야겠네요. 훨씬 더 많은 인기를 얻었고 많은 돈을 벌어들인 게임에서조차도, 해당 게임의 탑급 실무자이자 중간 관리자라고 할 수 있는 디렉터들이 전면에 나와 게임 업데이트의 방향성과 밸런스 조정 방안, 신규 컨텐츠 등에 대해 브리핑하고 유저들의 의견을 수용하여 패치를 조정하거나 심지어 취소하기도 합니다. 업체 조직 내에서 그만한 일을 벌일 수 있는 관리자가 직접 게임에 등장하게 되면 유저들은 아무래도 게임과 게임사, 개발진에 대해 더 신뢰하고 긍정적인 태도를 갖게 되니까요. 그것이 그리고 최근 게임업계에서 대두되고 있는 '소통형 디렉팅'의 핵심입니다. 심지어 검사모와 같은 장르의 게임의 원류라 할 수있는 NC의 리니지 모바일 게임들에서도 그런 식으로 합니다. 각종 망언들로 구설수를 일으킬지언정 적어도 등장은 한다고요.
하지만 검사모는 어떤가요? 기껏해봐야 1년에 2번 열리는 연회에서나 겨우 개발진의 얼굴이라도 볼 수 있고, 그나마도 일방적 내용 전달일 뿐 유저들의 피드백을 듣고 수용하는 모습을 찾아볼 수가 없었습니다. 평소에 이뤄지는 업데이트 방송에서는 개발진 얼굴은커녕 존재조차 확인할 수 없고요. 문제가 생길 때마다 CM들을 방패막이 삼으려는 의도인지는 알 수가 없는데, 유저들이 그 정도로 바보는 아닙니다. 정신 차리세요. 라이브 방송을 킨다고 소통을 다 한 것이 아닙니다.
사실 모든 게임들에서 밸런스를 맞춘다는 것은 쉽지 않은 작업이기는 합니다. 각 직업들의 성능을 결정하는 너무나도 많은 내/외부적 요인이 있고, 또 각 직업들마다 유저들의 의견도 다르다보니 그 사이에서 적절한 타협점을 찾기가 힘들기는 하죠. 특히 객관적인 성능과 관계없이 주관적인 의견을 주장하는 유저도 많고요.
그러나 제가 말하고 싶은 것은 이런 고차원적인 수준의 밸런스를 잡아달라는 것이 아닙니다. 그건 어차피 대부분의 게임사들이 잘 못하는 거라 기대도 안해요.
다만 몇 개의 OP 캐릭터가 몇 달째 어떠한 패치도 없이 생태계를 파괴하고 있는 모습, 그리고 각 직업에 대한 최소한의 이해조차 갖추지 못해 그나마 멀쩡하던 밸런스마저 더 악화시켜버리는 무능한 패치 방안만큼은 바뀌었으면 합니다.
제가 리포터 도전 탭에 올린 글을 보고, 심사하시면서 아셨겠지만 저는 총 2편의 소외된 직업에 대한 글을 써왔습니다. 해당 글을 작성하기 위해서 저는 검사모 포럼의 클래스 게시판에서 최근 3개월 가량의 해당 클래스에 대한 유저들의 불만 및 개선사항 게시글을 우선 보았고, 해당 유저들에게 접촉하여 개선방안을 공유해주실 것을 요청했으며, 마지막으로 저 역시도 30분-1시간 가량 해당 클래스를 직접 조작해보며 그 유저분들의 피드백을 제가 이해할 수 있고, 또 독자들이 이해할 수 있는 방식으로 다시 정리해왔습니다.
일개 유저 한 명인 저조차도, 심지어 해당 클래스를 전혀 다루어보지 않은 상태에서도 그 직업에 대해 이야기하시는 유저분들의 게시글을 보고, 개선안을 받고, 약간의 시간만 들여 플레이해보면 알 수 있는 문제를 그 게임을 만들고 관리하는 개발진들이 모른다는 상태가 말이 됩니까? 참 기가 막히고 코가 막히네요. 제가 어지간하면 이런 말 잘 하진 않습니다만, 정말 그 자리에 제가 들어가있는게 차라리 밸런스는 더 잘 잡힐 것 같습니다.
OP 캐릭터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입니다. 검사모는 기본적으로 투력을 베이스로 전투 컨텐츠가 돌아가기 때문에 직업 밸런스에서 고려해야 할 요소가 더욱 복잡한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각 직업별 성능을 가늠해볼 수 있는 지표는 많습니다. 게임에 대한 이해도가 높고 성능 높은 직업을 선택해야 하는 상위 랭킹 유저들의 직업 분포도를 확인해 본다던지, 동일한 투력대에서 각 클래스별로 PVP나 PK 지표를 비교해 어느 쪽이 어떤 상황에서 평균적으로 더 좋은 성능을 내는지 비교해보는 방법 등이 있겠죠. 펄어비스 내부에서라면 유저들이 접근할 수 없는 더 다양한 지표와 유저 데이터를 가지고 있을테니 그것을 바탕으로 통계를 내는 방안도 있겠고요.
사실 그런 복잡한 과정을 거치지 않더라도 포럼 가서 많은 유저들이 토로하고 있는 어려움이 무엇인지 30분만 게시글 검색해보아도 알 수 있을 겁니다. 게임을 개발하고, 그 이후 지속적인 운영과 사후 관리를 업으로 하는 개발자들이 그 정도 시간조차 업무에 쓰지 않는다는 것, 혹은 쓸 수 없다는 게 펄어비스의 상태를 단적으로 알려주는 것 같네요. 이 게임 한번도 안해본 사람이 외국에서 서류만 보고 게임 패치 하는 것 같습니다. 개발자분들은 게임을 플레이 하시기는 하는 건가요? 어쩜 이렇게 저투력 유저와 고투력 유저들 어느 쪽도 제대로 이해를 못해서 양쪽을 다 열받게 하는지 이제는 놀라울 지경입니다.
이 밸런스가 망가진 사태가 의도하지 않은 것이라면 그건 그거대로 능력 부족이 어마어마한 수준이라 문제가 심각하지만, 만약 알고도 방치하고 있는 것이라면 정말 개발사 당신들의 인간성이 의심스러울 정도일겁니다. 그 이유를 이제부터 알려드리죠.
검사모와 같은 리니지라이크 게임들은 구조적으로 유저들이 단합하기 쉽지 않습니다. 우선 최상위 유저들은 하위 유저들을 구조상 괴롭힐 수 밖에 없는 구조이기에 상 하층 단합이 안되고요, 상위 유저들 사이에서도 서로 진영을 가르고 싸우기 때문에 공공의 이슈가 생겼다 해도 당장의 앙금을 내려놓고 협동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이러한 게임의 특성을 이용해 많은 개발사들이 자신들의 실책을 묻거나 혹은 이익을 얻어왔던 것이 사실입니다. 가령 실책성 업데이트를 했는데 그게 특정 진영의 상위 유저층에게 특히 더 혜택이 돌아가는 내용이라고 치면, 이성적으로 개발사를 비판하는 분들도 있겠지만 그 특정 진영의 유저들을 비난하는 경우도 많거든요. 검사모에서도 그런 경우가 없었다고 보기 힘들고요. 또는 진영 대립 과정에서 양측의 세력이 비슷해야 과금이 가장 많이 일어나기 때문에 업체가 의도적으로 진영 균형을 맞추려 개입하는 경우도 있었고요.
만일 이번에 직업 밸런스를 망가트린 것 또한 그런 식으로 자신들의 실책을 묻고 해당 직업군의 유저들에게 비난의 화살을 돌리려 한 의도가 있었다거나, 혹은 업체 내부에서 직업 밸런스를 이용해 특정 세력에게 개입하려고 했다면, 그래서 그걸로 이윤을 얻으려고 했다면 당장 그 행동 멈추시는게 좋을 겁니다. 유저들은 절대로 당신들이 원하는 대로 움직이지 않을 거니까요. 그 이유 역시도 두 가지가 있습니다.
게임사는 이윤을 내야하는 회사입니다. 그런 회사에서 이윤을 더 높이기 위한 방법을 찾는 것은 전혀 이상한 일이 아니죠. 게임사에서 과금상품을 내놓고 게임의 과금 액수를 늘리기 위한 방법을 강구하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라고 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오늘 문제삼고 싶은 것은 그 방식과 과정의 문제입니다.
검사모의 과금 부담감은 같은 장르의 다른 게임들에 비하면 상당히 허들이 낮은 편입니다. 심지어 과금에 대해 비판하려는 지금도 그렇죠. 그건 유저들도 인정하는 부분이에요. 근데 그런 식으로 저가형 운영을 오래 해와서 그런건진 모르겠는데, 과금액수 늘리고 과금유도 늘리는 방법이 너무 무식하고 멍청합니다.
게임 과금의 핵심은 '게임사가 내놓은 재화와 혜택을 해당 금액의 현금을 주어서라도 갖고 싶게 만드는 것' 이 핵심입니다. 그 과정에서 유저들이 과금에 대한 불만과 피로도를 느끼지 않게 섬세한 전략과 사후 관리가 뒤따라야 하고요. 그걸 잘 수행할 수만 있다면 유저들은 의외로 어느 정도의 액수까지는 큰 스트레스 없이 과금을 받아들입니다.
검사모, 그리고 펄어비스는 과금액수를 늘리고 싶기는 한데, 그런 식으로 유저들이 '사고 싶게 만드는' 심리 전술과 노하우가 부족하다보니 그냥 무작정 패키지 상품 팔아제끼고 노골적으로 과금 유도 늘리는 패치만 진행하고 있습니다. 그렇게 하면 유저들이 같은 액수를 과금하더라도 스트레스가 훨씬 심하고, 사고 싶어서 샀다기 보다는 어쩔수 없는 외압에 의해 강제로 샀다, 강매당했다 라는 불만을 갖게 되는 것이죠.
그나마 이 부분에서 성공적으로 정착한 과금 전략이 의상 판매라고 볼 수 있습니다. 물론 저와 같이 극도로 과금에 대한 스트레스가 큰 사람은 뽑기 BM 자체에 환멸을 느끼고 과금을 포기하기도 하지만, 대부분의 핵심 유저들은 의상 디자인을 보고 그 의상을 '사고 싶어 했고', 그래서 확률형 BM에 많은 돈을 투자했습니다. 다만 의상의 경우 검사모 플레이의 핵심인 '스펙'을 직접적으로 건드리는 요소가 아니다보니 유저들이 다소 잘 적응한 면도 있습니다.
근데 유저들이 스트레스를 훨씬 크게 느끼는 스펙업 요소에까지 과금유도를 늘리려고 하다보니, 그게 펄어비스의 유저 관리 노하우(노하우가 있기는 한지 의심스럽지만 아무튼)로는 감당하기 힘든 영역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타 게임에 대한 언급을 자제하려고 하지만, 아주 적절한 예시인지라 비교를 안할 수가 없네요. 같은 리니지라이크이자 그 장르의 선두주자 게임이었던 리니지M은 출시 후 약 3년동안 3조 원이라는 어마어마한 매출을 벌어들였다고 합니다. 당연히 개별 유저들의 과금 액수도 어마어마해 수천만원, 수 억씩 쓰는 건 예삿일이고 최상위 유저들의 경우 수십 억 이상을 과금하기도 했다고 하죠. 그럼에도 NC에서는 유저들이 '과금을 하고 싶게 만드는' 노하우가 매우 발달해있었고 유저들을 적절히 관리해가며 출시 후 꽤 오랜 시간동안 유저들의 큰 불만 없이 게임을 운영해가는데 성공했었습니다.(뭐 나중에 불만이 많이 터지기야 했지만 그건 그 이후의 일이니까요) 근데 펄어비스는 그보다도 훨씬 적은 금액, 적어도 유저들의 심리적 저항감은 훨씬 적을 금액으로도 이 정도의 마케팅, 유저 심리 관리조차 못하니 개발진들, 운영진들의 능력이 참으로 의심스럽습니다.
회사는 이윤을 내야 하고, 그런 회사의 게임을 즐기고 있는 입장에서 과금 유도를 하지 말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근데 적당히 좀 하십시오. 그리고 할거라면, 좀 세련되게 하십시오. 이게 무슨 90년대식 다단계 옥장판 강매도 아니고 이렇게 무식하게 과금 유도를 시키는 회사는 내가 처음 봤습니다.
저는 내부자도, 그렇다고 게임의 구조와 산업에 대해 전문적인 이해를 갖춘 지식인도 아닙니다. 단지 한 명의 유저이며, 게임이 악화되어가는 과정을 실시간으로 바라보고 있는 산 증인일 뿐이죠. 또한 다양한 유저들과 대화하고 소통하기 위해 포럼 외의 오픈채팅방 등 다양한 검사모 커뮤니티에 들어가 활동하고 있기도 합니다.(오픈프로필 3개 , 오픈채팅방은 10개나 들어가있다는건 안비밀)
보통 그런 게임 커뮤니티들에서는 타 게임 언급을 금지하거나 자제시키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커뮤니티의 중심 화제에서도 벗어날뿐더러, 분위기를 해치니까요. 근데 요즘 어느 커뮤니티를 들어가든 검사모 유저들이, 검사모 대신 타 게임 이야기를 하는 일이 비일비재합니다. 너무 힘들고 짜증나서 검사모는 못해먹겠고, 다른 게임이나 하자는 거죠. 욕하면서도 게임에 대한 아쉬움이나 기대를 갖고 플레이하고 있는 사람도 아직 있긴 합니다만, 실제로 떠나버린 사람이 많습니다.
저의 느낌과 기준으로 현재 상황을 판단하자면, 현재 검사모 유저들은 터지기 직전의 폭탄과도 같다 생각합니다. 현재까지는 포럼 내부에서, 인게임 채팅에서, 검사모 커뮤니티에서 불만을 토로하는 정도에 그치고 있지만, 언제든 계기만 터진다면 트럭시위 보낼 수 있는 일촉즉발의 상황이란거죠. 계속 이딴 태도가 고쳐지지 않는다면, 제 얼굴 하나 팔릴 각오하고 펄어비스에게 쪽팔림과 경고를 주기 위해서 팻말 들고 1인 시위 나갈 생각도 있습니다. 어차피 연회때 다 팔린 얼굴, 공중파에도 한번 나가보죠 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