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가 공지에서 반드시 포함되어야 한다고 말했던 세 가지가 있었다.
1, 이번 사태가 잘못된 판단에서 비롯됐음을 인정하고 사과할 것
2, 유사한 BM 구조, 강화 초기화 등 게임을 도박장처럼 만드는 시스템을 기획·개발하지 않겠다고 명확히 약속할 것
3, 모아시스를 활용한 개발자-유저 간 정기적 소통을 월 1~2회 공식화할 것
1번과 2번은 언급되었지만,
3번은 "좋은 자리에서 뵙겠다"는 식의 멘트로 넘어갔다.
가장 중요한 부분을 뭉개고 넘어간 점이 특히 아쉽다.
이번 개선안을 보면
겉으로는 펄어비스가 많은 걸 내려놓은 것처럼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실상은 전혀 아니며, 대단한 결정을 내린 게 아니다.
처음부터 무리하게 욕심을 냈고,
너무 많이 들어올렸기 때문에
결국 어쩔 수 없이 많이 내려놓은 것뿐이다.
즉, 이번 개선안은
과욕에서 비롯된 실책을 수습한 결과일 뿐
이를 숭고한 선택처럼 포장해서는 안 된다.
또 하나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은 사과 방식이다.
"사과드린다"는 말만 반복하고,
정작 사건에 대한 설명은 피한다.
"입장을 밝히면 변명 같아서 죄송합니다"라는 태도는
책임 회피에 가깝고, 오히려 사과의 진정성을 의심받게 만든다.
사건 직후 얼마 지나지 않아
방송을 통해 "우리가 욕심을 부렸고, 판단이 잘못됐다"는 입장을 밝히며
"이 말이 변명처럼 들릴까 걱정이지만, 그럼에도 죄송하다"고 말했다면
오히려 더 진정성 있게 들렸을 것이다.
하지만 펄어비스는
오랜 시간 동안 아무 설명 없이 상황을 방치했고
그 사이 유저들은 분노했고, 실망했고, 게임을 떠났다.
중간에 내놓은 개선안조차
내용은 미비했고, 접근 방식은 기만적이었다.
결국 이 사태는
펄어비스의 이해할 수 없는 선택들이 쌓인 결과이며
그에 분노한 유저들의 자발적인 저항이었다.
이 방송은 그런 유저들을 향해
지금까지 있었던 일들을 솔직하게 털어놓고,
잘못을 정확히 짚으며,
어떻게든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자리였어야 한다.
하지만 그렇게 하지 않았다.
그저 "사과했다, 개선안 발표했다, 댓글도 읽었다"는 형식만 남았다.
방송의 목적이
사과 방송 했고,개선안도 냈고, 유저 반응도 확인했다는 체크리스트 수준으로
참담할 정도의 저급한 대응이었다고 생각한다.
마무리하며.
펄어비스는
더 이상 잃을 소조차 남지 않은 외양간이었기에
그 외양간이 활활 타는 동안에도
그저 지켜보기만 했던 걸까.
이제 와서 외양간을 고치겠다고 말하지만
이미 그곳엔 잿더미만 남았다.
그 위에서 과연 무엇을 다시 세울 수 있을까.
내가 너무 부정적이라고 볼 수도 있겠다.
하지만 이미 많은 유저가 떠났고
돌아오더라도 그들은 이제
"검사모 안 해도 별로 아쉽지 않네"라는 인식을 갖게 됐다.
그 인식은
게임을 완전히 떠나게 하거나
지갑을 닫고 가볍게 즐기게 만드는 계기가 되었을 것이다.
결국, 욕심에서 시작된 한 번의 선택이
그 뒤로 이어지는 최악의 선택들로 이어졌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