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스별 특성/상성 정리(였던 것) (투기장) (1/3) 2024-09-16 06:21 키운 (211.224.*.134)

개발자분들 위해서 올리는 글입니다. 생략해도 되는 문장이 거의 없으니 관심 없는 분들은 뒤로가기 버튼 누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패치노트 링크를 제외한 링크는 대부분 재미로 삽입한 것들이라 누르지 않으셔도 됩니다.

 

 

1 밸런스 패치에 관해

 

원래 계획은 전투력 평준화 투기장에서 51개 클래스, 2550가지 매칭에 대해 클래스 운용의 난이도를 배제하고 이상적인 상황에서 각각 -3~3으로 불리/유리 평가하여 정량적인 지표를 만들어 보는 것이었으나, 지난주 아처 패치 덕분에 이것이 무의미함을 깨닫고 완료율 35%에서 중도하차 합니다.

 

아래 그림은 글래디에이터부터 천랑까지 900개의 매칭에서 추론한 결과를 그래프로 나타낸 것입니다. 화살표의 방향은 A→B이면 A클래스가 B클래스보다 유리함을 의미하며, 화살표의 두께는 유리한 정도를 의미합니다. (1: 유리한 전략이 존재합니다. 2: 유리한 전략이 대개 존재합니다. 3: 유리한 전략이 항상 존재합니다. 주관적인 요소가 포함되어 있으므로 오차가 없을 수는 없습니다.) 완성했다면 클래스마다 유불리 값의 총합 기준으로 티어를 분류하거나, 최소/최대 길이 cycle을 찾아서 그간 밸런스 패치로 부여된 상성의 실효성을 검토하는 등의 해석이 가능했겠습니다.

 

 

완성하려면 각각의 매칭에서 1분씩만 투자하여 쉼 없이 표를 채운다 해도 21시간 이상 소요되고, 매칭마다 40자 내외의 한국어 문장으로만 설명을 덧붙인다 해도 A4 30매를 채우는 분량입니다. 모든 클래스에 통달한 사람은 고사하고 이런 일에 참여할 관심이 있는 인원조차 없으니 전부 혼자 진행했습니다. 자기만족으로 시작한 일이지만 개인적으로 부담이 큰 작업인데다 지난주 패치로 투기장 컨텐츠의 미래가 불투명함이 거의 확실해졌으므로 더 이상 여기에 시간을 들일 이유가 없어 보입니다.

 

 

밸런스 팀이 존재한다면 필요한 질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최소한 이 정도의 노력은 하시는지, 반복되는 실책으로 투기장 컨텐츠 참여율이 하락하면서 실제 플레이를 기반으로 패치하기에는 데이터가 부족하실 텐데 투기장은 어떤 근거로 밸런스 패치가 이뤄지고 있는지, 변수가 통제되는 전투력 평준화 투기장과는 달리 참여 인원, 맵, 전투력, 아이템 등의 요소가 개입하는 기타 필드 컨텐츠에서는 몇 가지 종류의 지표를 추출하고 계시는지, 올바른 조작 방법을 알고 계시는지 등입니다.

 

참여율 하락과 데이터 부족은 원인이 아닌 결과입니다. 합리화는 지양하셨으면 좋겠습니다. 그럭저럭 투기장에 관심이 있는 유저인 저를 기준으로 현재 투기장 컨텐츠의 위상은 다음과 같습니다.


- 랭킹전. 평상시 자작 중위권 전투력 기준으로 적절한 시점에 적절한 시간을 투자하여 플래티넘에 도달하는 즉시 정신병 예방을 위해 빠르게 손절합니다. 상태 이상 저항은 물론이고 대부호/붉은 원한의 목걸이 효과까지 가세해서 승부처럼 보이는 것은 운명의 여신의 장난질에 불과합니다. 매 분기 운영진 측에서 밀어주는 극소수의 투기장 사기캐로 참여하지 않는 것은 자살행위이며, 메타가 바뀌면 향후 월간 랭킹전 등급 달성 보상으로 얻는 블랙펄과 클래스 변경 패키지 구매 비용 사이에서 이득과 손해를 저울질합니다. 또는 이것 자체가 시간 낭비이므로 참여하지 않습니다. 맵 울타리의 시야 방해 또한 짜증을 유발합니다.

 

- 카르케야의 영웅. 점수 차가 크지 않은 상대를 우선적으로 매칭하는 것이 정상이지만, 가장 가까운 상대와의 점수 차가 일정 수준 이상으로 벌어지면 약 3분의 대기 시간이 지난 후 대기 중인 인원 한 명을 임의로 매칭시킵니다. 요즘 트렌드인 2분 제한 시간을 다 쓰는 게임이 반복되면 한 게임당 소요되는 시간은 5분이 넘어갑니다. 점수 차가 약 900점을 초과하면 대기 시간과 무관하게 매칭이 아예 진행되지 않습니다. 점수 차가 큰 상대에게 승리했을 때 얻는 점수는 0점이고 패배했을 때 잃는 점수는 40점에 이릅니다. 3500점 미만에서는 연승할 때마다 2점의 보너스 점수가 추가되며, 20점까지 누적됩니다. 종합하면 가문 업적에 포함된 카르케야의 영웅 3000점 과제를 완료하기 위해서는 오로지 5분마다 얻는 연승 보너스 점수에 의존해야만 하는 컨텐츠가 되었으며, 도중에 한 번이라도 패배하면 도루묵이므로 매 분기 운영진 측에서 밀어주는 극소수의 투기장 사기캐로 참여하는 것이 필수입니다. 또는 마찬가지로 이것 자체가 시간 낭비이므로 참여하지 않습니다. 평균 점수는 1500에서 2000 사이로 추측합니다.

 

- 일반 대련장. 연습이나 순수하게 재미를 목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컨텐츠입니다만 그마저도 사람이 없어서 지속이 불가합니다. 운 좋게 매칭이 되다가도 매 분기 운영진 측에서 밀어주는 극소수의 투기장 사기캐를 만나면 승리를 하든 말든 연습도 안 되고 재미도 없고 시간 낭비가 뻔하니 즉시 종료합니다. 연습이 목적이라면 차라리 유저가 많은 아시아 서버를 이용하는 편이 낫습니다.

 


만약 여건상 검은사막 모바일에 투자된 인력이 부족하다면, 밸런스 패치에 어느 정도의 자원을 분배할지 누군가는 생각해 보셨을 텐데요, 다음 두 용어의 정의를 아실 만한 관계자분들이 게임 내적으로 긍정적인 효과를 유발하는 밸런스 패치 방침에 대해 soundnesscompleteness보다 우선시하셨으면 좋겠습니다. 잘못된 패치가 배포되는 것보다는 패치 자체가 없는 것이 낫고, 적극적으로 잘못된 패치보다 소극적으로 옳은 패치가 나은 게임이 된 것 같습니다. 이는 모종의 이유로 밸런스에 한해서 잘못된 패치의 철회 또는 보완을 거부하거나 해당 사항이 무관해질 때까지 대기하는 운영 경향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동의하지 않으신다면 노력의 과정을 구체적으로 보여 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완전히 솔직하지는 않아도 되고 지나치게 상세하거나 세부 사항을 다듬지 않은 형태여도 상관없습니다. 여러분의 운영이 무의미한 고집이나 무지의 소치가 아님을 증명할 수 있다면 그게 옳은 일일 것이라고 믿습니다.

 

 

2 실제 플레이 특성

 

지난주 아처 패치가 만약 클래스와 컨텐츠 이해 부족에 의한 것이라면 이하 내용이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혹은 재미라고는 찾아 볼 수 없는 불평등 무한 면역 투기장의 도래에 앞서 기록하는 유산 정도로 생각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검은사막 모바일 투기장 플레이에서 가장 먼저 이해해야 할 부분은 이상과 현실의 괴리입니다. 클라이언트에서 보이는 것이 서버에서 보는 것과 다르고, 클라이언트에서 들리는 것이 서버에서 듣는 것과 다르며, 클라이언트에서 입력하는 것이 서버에서 출력하는 것과 다릅니다.

 

클라이언트와 서버 간 동기화에 필요한 시간이 지나치게 깁니다. 동작의 시작과 첫 타격 사이의 간격이 통상 0.4초 이내인 기술은 동작을 보고 반응할 생각을 하면 안 됩니다. 적의 움직임이 보였다면 이미 상태 이상에 걸리는 중이며 이때 다른 행동을 시도해도 무효로 처리됩니다. 이것을 명시함으로서 bug가 아닌 feature로 간주하는 패치가 있었습니다만 본질은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최근 심각하게 상태가 악화 중인 캐릭터 위치 동기화는 시간 동기화에 비하면 그나마 신뢰도가 높으니 최선의 플레이는 적의 위치를 보고 자신의 캐릭터가 적의 최대 사거리에 걸치는 때에 적이 실제로 기술을 사용하는지와 무관하게 대응을 하는 것입니다. 만약 적이 기술을 사용하지 않는다면 방금의 대응이 낭비가 되지만 어쩔 수 없습니다. 따라서 사거리가 길고 공격이 빠른 기술을 보유한 클래스에게 보통 선공권이 있습니다. 여기서 사거리는 공격 시점에 적 캐릭터 본체를 기준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기술 연계 동작이 시작하는 지점을 중심으로 공격이 성공하는 최대 범위를 보는 것입니다.

 

선공권이 좋다는 것만으로는 좋은 성능의 충분조건이 되지 않습니다. 투기장에서는 슈퍼 아머 등 상태 이상 면역 효과가 "투기장 입장 시 미적용" 조건으로 통제되어 대부분 3개의 기술에만 면역이 적용되어 있습니다. 면역 적용 기술끼리 부딪쳐서 피해를 주고 받는 것의 효용은 클래스마다 차이가 있지만 상태 이상 효과가 적중한 상태에서 콤보를 이어 나가는 것은 가장 큰 피해를 보장하므로, 상태 이상에 걸리지 않도록 면역 적용 기술을 적절한 타이밍과 순서로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전체적으로 면역 유지 시간 자체가 부족하다면 크게 불리해집니다. 예를 들어 선공권이 좋더라도 면역 유지 시간이 좋지 않다면 공격에 실패했을 때 그 이후를 버틸 수 없으니 선공에 소극적인 클래스가 됩니다.

 

면역 유지 시간이 유한하면서 길다는 것만으로는 좋은 성능의 충분조건이 되지 않습니다. 클래스 특성에 따라 면역 적용 기술을 면역이 없는 기술 또는 심지어 달리기로 피할 수도 있습니다. 받는 피해량 감소, 생명력 회복 등의 효과로 인해 콤보에 당하든 말든 별로 불리해지지 않는 클래스도 있습니다. 면역 유지 시간이 길수록 일반적으로 투기장에서 사용하기 쉬워지긴 합니다.

 

그러나 본인만 면역 유지 시간이 무한이라면 좋은 성능의 충분조건이 됩니다. 선공권이 어떻든 일단 진입하고 상황을 봐도 되고, 적이 어떻게든 기술을 아끼려다 실수하게 만들기 쉽습니다. 원하는 때에 회피의 무적 효과를 누리거나 기술 순서를 바꾸는 등 게임 방향을 본인에게 유리하도록 만들기 편합니다.

 


위의 맥락과는 별개로 잡기 기술과 잡기 불가 기술도 중요합니다. 잡기는 일반적으로 잡기 불가 또는 무적 효과로만 방어가 가능하므로 흐름을 끊는 변수가 됩니다. 한편 잡기 기술이 있는 클래스가 잡기 불가 기술이 부족한 클래스 상대로 항상 유리한 것은 아니며 잡기 불가 기술이 많은 클래스 상대로 항상 불리하지도 않습니다. 클래스마다 잡기 기술의 재사용 대기 시간, 잡기 성공 시 면역 효과, 잡기 지속 시간, 바운드 효과 지속 시간, 잡기로 연계되는 기술 등이 다릅니다. 기술 스펙은 같더라도 잡기 성공 범위와 판정이 다르며, 잡기에 성공했어도 후속 공격으로 가능한 피해량이 다릅니다. 잡기 불가 효과가 없어도 고속 이동으로 잡기를 피하는 기술이 있고, 잡기 불가 효과가 있어도 타격 수가 부족하거나 면역이 없어서 위협적이지 않은 기술이 있습니다. 캐릭터 위치 동기화 오류 때문에 이유 없이 잡기에 실패하는 상황도 발생합니다.

 

한편 상태 이상 저항에 취약한 정도가 클래스마다 다릅니다. 상태 이상 적용 타격 수가 부족한 기술을 다수 보유하고 있는 클래스일수록 콤보가 도중에 실패할 확률이 높습니다. 이 상태 이상 저항은 마찬가지로 캐릭터 위치 동기화 오류와 큰 시너지를 불러 일으키고 있습니다. 타격에 성공한 것처럼 보였어도 연계 공격이 상태 이상 저항 때문에 실패할지 동기화 오류 때문에 서버에서 허공을 때리는 것으로 인식해서 실패할지 알 수 없습니다.

 

투기장 성능을 결정하는 키워드 목록의 일부입니다. 무한 면역 등 극단적인 조건이 아니라면 한두 가지 키워드만으로 투기장 성능이 결정되지는 않습니다.
- 기본: PvP 피해량, 받는 피해량 감소 효과
- 시간: 재사용 대기 시간, 최대 사용 횟수, 면역 유지 시간, 회피 무적 효과 지속 시간, 공격 속도, 즉시 발동 기술, 연계, 취소 불가, 끊어치기, 역경직
- 공간: 사거리, 이동 속도, 방향 전환, 순간 이동
- 능동: 잡기, 잡기 불가, 전방 가드, 피해 감소, 은신/목표 고정 해제, 세르트 계열
- 수동: 생명력 회복, 최대 생명력 증가, 공격 속도 증가/감소, 이동 속도 증가/감소, 정신력/마나/전투 자원, 오브젝트 소환, 상태 이상 저항

 

* 끊어치기: 기술 버튼을 유지하면 추가 공격을 하는 기술에서, 기술 재입력을 일부러 늦게 해서 추가 공격 타이밍을 조정하는 행위를 '끊어치기'라고 지칭했습니다.
* 역경직: 타격에 성공하면 기술 동작이 느려지는 현상을 '역경직'이라고 지칭했습니다.

 

 

(next)

키운

74465
  • 작성한 글54
  • 작성한 댓글19
  • 보낸 추천25
  • 받은 추천202
댓글 2
한두번쏘고안맞음말어 (222.116.*.234) 2024-09-16 20:02
현 근무자 밸런스팀
다 짜지세요
부끄러운줄 알아라...
2024-09-16 20:02
우승 (121.190.*.232) 2024-09-19 18:38
진짜 대단하십니다.. 펄없 운영진 제발 보고 부끄러워 하길..
2024-09-19 18:38
TOP
글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