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하우 전수 이벤트] 모험 일지 정리 2. 세렌디아 자치령 5~11 2021-07-15 13:31 이히헷

2. 세렌디아 자치령

 

제5장 마법사의 제단

세렌디아 북부 평원에는 마법사의 제단이라고 불리는 정체 모를 건물 하나가 자리 잡고 있었다. 굳게 닫혀 있어 아무도 들어가 보진 못했지만 그 건물이 심상치 않음은 멀찍이 서도 느껴졌다. 소문으로는 옛 마법사가 무언가를 봉인한 곳이라고 알려졌다. 그 봉인된 게 고대 기록에서나 볼 수 있다던, 이제는 멸종했다는 용이라는 얘기가 있었다.

그런데 어느 날 제단 임프족이 북부 평원을 점거하기 시작하면서 마법사의 제단이 열렸다는 이야기가 떠돌았다. 마법사의 제단이 열리면서 제단임프가 나온 것이라고 주장도 있었다. 진실이 어떻든 간에 제단 임프가 북부 농장들을 위협하기 시작했고, 마법사의 제단이 흉흉한 기운을 뿜어낸다는 것은 사실이었다.

조르다인은 크루혼 교관에게 추천받은 믿을 만한 군인들을 추려 조사대를 파견했다. 칼페온을 이기기 위해서는 일반적인 힘만으로는 너무 오래 걸렸다.

조르다인은 더 빠르고 효과적인 방법을 원했다. 고대인의 석실은 미적거리던 차에 선수를 뺏긴 터였다. 석실 유물의 힘을 가져간 그자라면 분명 마법사의 제단의 힘도 찾아올 것이 분명했다. 자신이 모르는 어떤 것을 알고 있는 게 틀림없었다. 그자를 잡아야 했다.

 

제6장 버려진 폐성터

모레티 농장 근처 동부 관문으로 에르바노 티토 대장이 새로 부임했다. 마음씨 좋은 모레티 부인은 갓 구운 빵을 만들어 동부 관문을 찾았다. 에르바노 티토는 기가 찼다.

"다들 군기가 빠져선! 민간인이 이렇게 함부로 드나들게 해도 되는 거야?"

동부 관문에서 가장 큰 행사가 모레티 농장의 추수 돕기라는 것을 몰랐던 티토였다. 그는 자신이 그래도 촉망받는 군인이었다고 생각했다. 특히 클리프가 발레노스로 좌천되고 나서는 이제 자신의 세상이 도래하리라 믿었다. 전쟁이 끝나서 예전보다 활약할 기회가 드물어서 아쉬울 뿐이었다. 하지만 모처럼 하이델 근처 관문에 배정이 됐으니 기회만 온다면 날개를 펼칠 수 있으리라 여겼다.

하지만 시간이 흘러갈수록 에르바노 티토는 뭔가 잘못됐다는 생각에 손가락을 물어뜯었다. 평화로워도 너무 평화로웠다. 이곳 동부 관문에서 할 일이라고는 주변 정찰을 핑계로 어슬렁거리며 농장의 일꾼들과 잡담을 하거나 병장기들을 손질할 때 겸사 겸사 농기구를 봐주는 게 전부였다. 이제 막 전쟁이 끝났으니까라며 스스로를 다독였는데 티토와 어릴 적 소꿉친구였던 알 룬디는 진급을 했다는 소문이 들렸다. 차후 클리프의 후계자로 제격이라는 평가였다. 결국 에르바노 티토는 폭발했다.

언젠가 검은 복면을 두른 자들이 나타나 자신에게 수상한 액체가 담긴 병을 주고 간 것이 생각났다. 이거면 티토의 마음에 꼭 드는 일이 나타날 것이라고 했다.

마시라고 준 것일까? 하지만 그러기엔 찜찜했다. 그래서 먼저 동부 관문 인근에 호수에 몇 방울 떨어트렸다. 그러자 이내 호수는 오염된 것들로 가득 차기 시작했다. 그것들은 생물의 형체를 하고서 믿을 수 없는 힘을 가진 공격성을 띠는 무언가로 변해 있었다.

에르바노 티토의 머리가 기민하게 돌아갔다. 그는 폐성터를 여러 차례 돌았다.

하이델에서 몇 번 재건하려고 인부들을 보냈으나 귀신이 나온다며 모두가 줄행랑쳤다. 그 후로 이곳은 유령과 먼지만 떠다니는 음산한 곳이 되었다.

에르바노 티토는 이곳이 이토록 사랑스러울 수 없었다.

이곳에 흉흉한 괴물이 잔뜩 나와서 주민들을 위협할 때 멋지게 등장해서 사건을 해결하는 자신의 모습을 떠올렸다. 그러려면 이 촌구석에 있는 농장을 지나 하이델, 특히 시종장의 귀에까지 들어갈 만한 더 강력한 무언가가 필요했다.

티토가 한참을 고민하고 있을 때 알 룬디가 안부차 동부 관문을 들렀다. 그는 호수에 변해버린 생물들을 보더니 티토에게 충고했다.

"허튼짓 하지 마."

재수 없는 놈. 가난한 농가 출신이라 예전엔 제게 도련님, 도련님 하며 존대를 하던 녀석이었다. 허튼짓하지 말라고? 너야말로 허튼소리 한 대가가 뭔지 보여주지. 에르바노 티토는 알 룬디에게 이왕 온거 폐성터에 가보지 않겠냐고 꼬드겼다.

들어간 것은 두 명이었는데 돌아온 것은 한 명이었다. 그 후로 늘 알 룬디 곁에서 떠나지 않던 매가 폐성터 주위를 빙빙 돌았다. 에르바노 티토는 자신이 이뤄낸 결과가 만족스러웠다.

 

제7장 우울한 마을, 글리시

오늘도 하늘은 어두웠다. 여전히 땅은 질척거렸고 사방에서는 포건과 나가의 울음소리가 들렸다. 어떤 마을도 글리시보다 기구할 수 없을 것이라고 주민들은 한탄했다.

예전 글리시 마을은 늘 볕이 따뜻하고 깨끗한 강이 흐르는 살기 좋은 마을이었다.

그때도 나가 종족이 근처에 살았었지만 스스로 문명을 이룰 만큼 똑똑했기에 좋은 이웃이었다. 마을의 특산품이 나가 조각상일 정도였다.

그런 글리시 마을이 언제부터 가기 꺼려진 곳이 되었을까.

칼페온과의 전쟁에서 패배하면서? 아니면 그 후로 칼페온에서 강압적으로 추출장을 세우면서? 혹은 어느 날 갑자기 사막을 건너온 포건족이 나가족을 쫓아내면서? 마을에 갑자기 폭발 사건이 일어나서? 새빨갛게 충혈된 눈으로 포건족을 몰아내기 위해 고군분투하던 도나트 전 촌장이 갑자기 사라져서?

이렇게는 못 살겠다고, 이게 사람 사는 거냐고 새로 부임한 프레하라우 촌장에게 하소연하던 사람들도, 교회에 열심히 드나들며 엘리언 신에게 간절히 기도하던 사람들도 어느 새부터인가 모든 걸 놓아버린 듯 무표정한 얼굴로 묵묵히 제 할 일만 했다.

글리시 마을은 진흙이 된 바닥을 걷느라 질척거리는 발걸음 소리와 추출장 인부들의 고통 어린 기침 소리만이 맴돌았다.

 

제8장 흑결정 추출장

전쟁 후 세렌디아가 칼페온과 맺은 굴욕적인 조약에는 흑결정 추출장에 대한 항목이 포함되어 있었다. 세렌디아에서 나오는 흑결정을 전부 칼페온에 상납하겠다는 내용이었다. 칼페온은 글리시 마을 주변에 추출장을 세우고 흑결정 전문가 도슨을 파견했다. 그는 야욕이 많은 자였는데 칼페온에서 흑결정 전문가로 나름 중요한 위치에 있었기에 곧 의회, 아니 번듯한 자리 하나라도 차지할 수 있겠거니 기대했다.

하지만 예상과 달리 칼페온에서 한참 떨어진, 그렇다고 하이델과 가깝지도 않은 세렌디아 남부 글리시 마을에 배정되면서 그의 심사가 뒤틀렸다. 그래서 조용히 하이델의 조르다인 시종장과 연을 닳을 방법을 찾았다. 칼페온에 대한 유용한 정보를 주겠다고 넌지시 흘린 터였다. 그렇게 만난 조르다인은 예상보다 훨씬 뛰어난 자였다. 소문은 늘 과장되기 마련이니 그저 얼굴 반반한 애송이일 거라 생각했는데 과연 허투루 그 자리까지 올라간 것은 아닌듯했다.

하지만 조르다인이 하나 간과한 것이 있었는데 도슨은 뼛속까지 칼페온 사람이고, 출세를 위해서는 줏대 따위는 없어도 된다고 생각하는 자였다. 물론 조르다인은 자신의 계획을 전부 그에게 공개하지 않았지만 단편적인 조각들로 그려질 전체적인 그림은 하나였다. 도슨은 발 빠르게 움직였다.

그는 먼저 점잖은 척 도몬가트 영주에게 편지를 보냈다. 내용은 조르다인이 심상치 않은 일들을 꾸미고 있는 듯한데 그것이 세렌디아와 칼페온의 평화를 그르칠까 염려된다는 우려로 시작했다. 혹여라도 조르다인의 행동으로 칼페온에서 오해를 해 그것을 영주님의 의지라고 받아들인다면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간신히 살아남은 자렛 공주를 생각해야 하지 않겠냐고, 비록 칼페온 사람이지만 이곳에 정이 들어 세렌디아가 제2의 고향처럼 느껴져 마음이 쓰인다고까지 곁들였다.

효과는 빨랐다. 오랜 볼모 생활로 심신이 약해진 도몬가트는 덜컥 겁을 먹고 도슨에게 조언을 구했다. 도슨은 괜히 자신이 나서서 시종장과 영주님의 사이를 갈라 놓은 것이 아니냐며 곤란해했다. 도몬가트는 애가 닳아서 도슨에게 사실 자신도 요즘 조르다인이 일을 너무 몰아붙이는 것 같아서 불안하다고, 자신은 전혀 상관없는 일이라고 줄줄이 털어놨다.

도슨은 그렇다면 자신이 칼페온에 잘 이야기 할 테니 정식 고발장을 달라고 요청했다. 조르다인을 막아야 한다는 것은 자명하니 이참에 칼페온에 도몬가트 영주의 의견을 피력해야 안전할 거라는 이유에서였다. 도몬가트는 흔쾌히 그러마 했고, 곧 칼페온에서도 전령이 왔다. 불온분자를 축출했다고 수고했다는 치하와 곧 병사들이 도착할 거라는 얘기도 함께였다. 조르다인이 추출장에 방문하기로 약속한 날도 그때쯤이었다.

무슨 일이 생길 줄도 모르고 평소처럼 만나 자신의 계획이 틀어졌음을 깨달았을 때 표정은 어떨까? 믿었던 사람에게 배신당한 기분은? 일이 이제 마무리됐다고 의심치 않았을 때, 탄탄하다고 믿었던 밑바닥부터 서서히 붕괴하는 절망이 그 잘난 얼굴에 물들면 볼 만 하겠지!

도슨은 오랜만에 설레는 기분에 밤잠을 설쳤다.

 

제9장 사막을 건너온 포건

비극은 언제나 그렇듯 갑작스럽게 찾아왔다. 발렌시아 사막에서만 산다는 포건족이 포건 왕자 티티움을 앞세워 세렌디아까지 들어와 나가족을 몰아냈다.

청량한 물이 흐르던 강이 진흙이 가득한 습지로 변하기 시작했다. 이상한 초록색 안개가 글리시 마을까지 흘러들어왔다. 안 그래도 근처에 생긴 추출장 때문에 마을 분위기가 안 좋던 때였다.

나가족은 거세게 반항했지만 포건의 힘을 이겨낼 수 없었다. 나가는 포건을 피해 늪지대까지 도망가야 했다. 깨끗한 물에서만 살던 나가들이 고통에 비명을 질렀다. 나가족과 포건족이 싸우는 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포건들이 무슨 이유에서 사막과 기후가 전혀 다른 이곳까지 왔는지 밝혀지지 못했다. 포건어에 능통한 마울이 대화를 시도해 봤지만 그들은 오직 한 가지 "나가 종족이 싫다"라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고 한다.

 

제10장 폐허가 된 쌍둥이 마을

글리시 마을은 한 차례 이주를 했는데, 지금은 글리시 폐허라고 불리는 곳이 본래 마을이 있던 곳이었다. 그곳의 구조는 지금의 글리시 마을과 똑같아서 한때 쌍둥이 마을이라고도 불렸었다.

글리시 마을의 이주는 세렌디아 내에서도 큰 사건이었다. 주변에서 지진을 느낄 만큼 거대한 폭발이 한 차례 있었는데 다행히 그전에 마을 사람들이 이주를 해서 화를 면할 수 있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당시 촌장이었던 도나트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그의 오랜 친우인 연금술사 프레하라우와 자경대가 백방으로 근처를 찾았지만 어떠한 단서조차 없었다.

연금술을 다루는 이들이 글리시 마을의 폭발이 분명 금지된 연금술로 인한 것 같다고 얘기가 나오자 조르다인은 케레미오를 조사관으로 파견 보냈다.

 

제11장 광신도들의 신

"다니엘라, 제발 이 아빠 말 좀 들어라. 절대 저 다리 건너 수도원 근처는 가면 안 돼. 아니지, 일 안 해도 되니 당분간 집 안에만 있어라. 이제 이곳을 떠나 이사를 해도 될 때가 되지 않았나 싶다. 네 엄마의 무덤을 이곳에 두고 떠나는 건 나도 마음이 아프지마는... 네 생각을 하면 당장이라도 떠나는 게 맞는 것 같다.

대낮이라고 안도하면 안 된다. 왜 이렇게 호들갑이냐고? 아, 나는 보고 말았단다. 깊은 밤 수도원에서 내려온 광신도가 휘두를 때마다 우레와 같은 소리를 내는 도끼를 내리치더니 사람들을 마구잡이로 끌고 가는 것을 말이야. 정말 두려운 광경이었다.

알다시피 데르닐은 이 농장의 주인이면서도 농장 일보다는 다른 것에 관심을 두는 사람이지... 그런 자에게 언제까지고 의탁할 수는 없단다.

언제든 짐을 챙겨 떠날 수 있도록 준비해 두거라. 아직 어디로 가야 할지 정해둔 곳은 없지만 어딜 가더라도 이곳보다 나을 거다. 광신도에게 잡혀간 사람들은 아무도 되돌아오지 않았다는 것을 너도 들었을 게다. 나는 그들이 사람이 아닐 것이라고 확신한단다.

그들을 이끄는 자는 머스칸이란 자라는데 광신도를 통솔할 정도니 그자가 얼마나 극악무도할지 보지 않아도 알 것 같다. 그들이 모시는 신도 분명 좋은 신은 아닐 거다.

다니엘라, 얘야, 내겐 이제 너밖에 남지 않았단다. 너에게 무슨 일이 생긴다면 난 정말... 그래, 네가 이해해 주니 한결 마음이 놓이는구나."

-데르닐 농장, 카를로 데로즈와 다니엘라 데로즈의 대화 중

 

글자수제한으로 퀘스트 목록까지 따로 정리 -> https://blog.naver.com/pery13/222430278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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