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하우 전수 이벤트] 모험 일지 정리 11. 발렌시아 남부 지역 2021-07-15 13:54 이히헷

11. 발렌시아 남부 지역

 

제1장 어둠이 스며 든 초승달

여인이 물었다. "무엇을 위해 홀로 모래 언덕을 파고 있니?"

사우닐은 여인을 쳐다보고 이내 발톱 모양으로 파인 모래 위에 커다란 그림을 그렸다. 초승달이었다.

여인은 다시 물었다. "초승달 신전... 하루아침에 변을 당했다는 그곳이구나. 그래. 이곳을 왜 되찾으려 하는 거지?"

사우닐은 여전히 모래를 팠다. 커다란 덩치에 비해 깨나 절박해 보이는 몸짓이었다. 이 커다란 산맥과 신전이 모습을 드러내려면 저 정도 행위로는 몇 년을 소모해봤자 턱없는데도 불구하고.

여인은 대답을 듣지 못해도 괜찮았다. 무언가를 믿기 위하여 살아가는 종족들은 다 똑같았으니까. 여인은 사우닐에게 다가가 속삭였다.

"메디아에 내려졌던 검은 어둠을 아니? 그곳엔 태양도, 혼돈도, 그림자조차 없었단다. 모두 나의 권능이었지."

사우닐이 모래를 파던 몸짓을 멈추고 여인을 바라보았다. 때마침 짙은 구름이 태양을 가리며 어둠을 자아냈다.

"이깟 모래는 내게 있어 아무것도 아니란다. 내가 널 도와줄 테니, 너도 나에게 믿음을 나눠주련."

여인이 발아래에 지팡이를 가져다 대자 먼지만큼 작고 고왔던 모래알조차 하나둘씩 떠오르기 시작했다.

"모래가 모두 걷힌 후에 이 검은 여신을 함께 섬기거라."

이내 바람을 타고 구름이 걷혔고, 햇빛이 들자마자 여인은 마치 말끔하게 도려낸, 것처럼 그 모습을 감췄다.

초승달 신전이 마법처럼 모습을 드러냈다는 소문이 퍼진 건 다음 날의 일이었다.

 

제2장 무법자들의 왕

아알란들은 피를 뿜으며 쓰러질 때에도 아알의 자비를 구했다. 아알이시여, 축복을, 구원을.

베인 상처로 숨이 새어나가는 탓에 목소리는 쉭쉭댔고 말에는 힘이 실려 있지 않았다. 매끈한 흰 천이 서서히 선홍빛으로 물들어갔다. 의복이 마침내 전부 붉은 색으로 물들자 옷감이 미처 머금지 못한 피를 토해냈다.

카얄 네세르는 죽어가는 그들을 가만히 내려다 보았다. 마침내 마지막까지 살아 있던 신도가 마지막 숨을 몰아쉬었을 때, 그는 시선을 들어 자신에게 칼을 겨누고 있는 자신의 형을 바라보았다.

"카얄 네세르! 국왕께서 보낸 신의 사자들을 무참히 살해하다니! 엄벌로 다스려야 마땅할 것이다!"

카얄은 바르한 네세르의 날 선 칼 끝을 응시했다. 피 한 방울 묻지 않은 칼날이 새파랗게 빛나고 있었다. 바르한의 말은 분노를 담고 있었으나 목소리는 그렇지 않았다. 분노에 가득 찬 사람 치고 지나치게 침착했고, 말이 나오는 데 있어 망설임이 없었다.

바르한이 몰고 온 세 명의 병사들이 아알란을 베었던 칼날을 들어올려 카얄을 향했다. 칼날의 곡선을 타고 진득하게 흐르던 피는 손잡이 근처에서 방울져 떨어졌다. 카얄은 바르한의 눈동자를 응시하면서 가라앉은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왕자의 거처에 들어오는데도 예를 갖추지 않는 것이냐. 무엄하다."

병사들이 한순간 어깨를 움츠렸지만 바르한의 목소리가 채찍처럼 그런 병사들의 정신을 휘어잡았다.

"네놈은 왕자도 무엇도 아니다! 이 배은망덕한 것. 향락에 빠져 살더니 자신의 수치도 모르게 되었느냐!"

"큰형님 께서는 이 사실을 아십니까?"

짐짓 엄포를 놓듯 고함치는 바르한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카얄이 쏘아붙였다. 바르한이 침묵했다. 카얄은 바르한이 입을 열기를 기다렸다. 잠시간의 고요가 흘러가고, 바르한이 다소 낮아진 목소리로 말했다.

"내가 직접 보고할 것이다."

"알겠습니다. 바르한 형님, 가시지요."

병사들이 무기를 거두고 카얄의 양 팔을 붙잡는 순간, 카얄은 소스라치게 몸을 떨며 침대에서 일어났다. 식은땀이 끈적하게 피부에 눌러붙어 있었다. 몸에서 약간 쉰내가 났다.

카얄 네세르는 무이쿤에 터를 잡은 이후 종종 그 날의 꿈을 꿨다. 아니, 꽤 자주 꾸었다. 그럴 때 마다 카얄은 소스라치게 놀라며 잠에서 깨었다. 그는 침대에 걸터앉은 채 손바닥으로 젖은 머리를 쓸어넘겼다. 깊은 한숨이 손바닥을 타고 흘러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갔다.

잠이 덜 깬 눈으로 천막 밖을 응시한다. 정신이 깨고, 눈이 뜨이며, 점차 소리가 와닿아 들리기 시작했다. 뜨거운 태양이 내리쬐는 무이쿤에서 그는 보이지 않는 것을 노려보듯 응시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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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히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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